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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잡문 (147)
0. "─────!" 괴물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른다. 검은색의 촉수를 사방으로 뻗으며 닥치는대로 주변을 뭉개는 부정형의 거대한 생물체. 민가 두 세개 정도의 크기가 꿈틀대는 모습은 생리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주변이 나무만 몇 그루 있을뿐인 평야지대여서 다행이라고, 트라하는 생각했다. "저거냐?" 트라하가 말하며 옆을 보니, 시스는 백색을 기조로 한 다소 노출도가 높은 복장으로 어느새 바꿔입고 있었다. 처음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의 그 모습이다. 시스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의 일그러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종의 부정不正이야. 편의상 요수라고 부르는데…… 저기, 이런 설명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빨리 해치워야지! 너만 도와주면 내가 해치울 수 있어. 계약만 하면……." "잠깐만 기다려 ..
- 0. "잘 생각해봐. 네가 어디에 있는지." 1. "미안. 착각했어. 너가 주인공인줄 알았어. 흑발이어서, 그 왜, 흑발은 주인공의 상징이잖아? 주변에 잠깐 돌아보니, 흑발은 전혀 없더라고. 그리고 그 어딘가 퇴폐적인 분위기가 딱이었어. 보자마자 생각했지. 이번은 럭키. 금방 찾았네. 얼른 죽이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아,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건 바로 알았어. 정말 너무하지, 끝이 바로 보일 정도니까. 조금만 걸어도 세계의 끝이 보이는 세계라니. 신은 얼마나……"잠깐."" 눈을 뜨자마자, 두서없이 지껄여지는 말의 홍수에 휩싸였다. 익숙한 이불에, 익숙한 천장. 내 방이다. 정면에는 모르는 얼굴의 여자애가 고개를 내밀어 누워있는 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다. 무슨 상황이지? "넌 누구야?" 몸을 일으키..
- 1. 비가 내린다. 나는 화급히 나무 위에 말려둔 웃옷을 걷고, 천막 아래로 숨어들었다. 저녁즈음부터 구름이 몰려든 것이 심상치 않았는데,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렸다. 거센 빗줄기가 천막을 치는 소리가 시끄럽다. 고요한 초원의 밤을 즐기려던 내 계획은 완전히 실패였다. "……." 문득 빗소리 사이로 다른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사람일까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다시 앉는다. 반나절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대륙 굴지의 대도시가 있다. 이런 곳에서 야영할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저기." 이번엔 제대로 소리가 났다. 천막 입구를 들춰보니, 비에 젖은 여자가 서 있었다. "……." "……." 여자는 첫 마디 말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내리는 비를 우두커니 서서 맞는 여자를 잠시 지켜보다가..
0. 눈부신 빛과 함께 검이 검은 거체를 베어낸다. 몇 번이고 허공에 가로막히던 검에 드디어 확실히 베어내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 단말마를 거체가 뱉어낸다. 검으로 베어진 부분부터, 형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해치──, 이스킨!" "──────평화──!" "───!" 가루로 화하며 바람에 날리는 거체, '마왕'의 모습을 본 동료들이 내게 뛰어오며 무어라고 소리치고 있다. 그런 동료들과, 마왕을 번갈아 보면서 나는 언제나의 기묘한 부유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은 특히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점점 심해지는 인식장해 탓에 동료들과 의사소통은 힘들었고, 경로 설정을 잘 못 하는 바람에 토벌이 한 달이나 지체됐다. 착실하게 전력을 줄이지 못해서, 마지막에 간부들과 마왕을 연속해서 상대..
- 0. 시계를 보니, 어제였다. 1. "'루프'가 루프하는 이야기라니. 조금 웃긴데." "웃지마. 심각한 이야기니까." 세상이 이상한 건지, 내 정신이 이상한 건지. 아니면, 세계의 모든 시계가 멋대로 감기는 건지. 자고 일어났더니 시계가 하루, 혹은 이틀 전의 날짜를 표시하고 있던 괴상한 일이 다섯 번쯤 반복되자, 나는 빠르게 지쳐버렸다. 혼자서는 짐이 무겁다고 판단한 나는, 상담을 위해 린치를 찾았다. 린치라는 조금 과격한 이름을 닉네임으로 가진 그녀는, 이전에 있었던 일로 실제로 보게 된 인터넷 상의 친구다. 일이 해결된 이후로도 이렇게 종종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래서? 갑자기 루프능력에 눈을 뜬 거야?" 린치가 숨죽여 웃다가, 조그맣게 그렇게 물어본다. "그럴리가 없잖아. 덕분에 윤..
- "───, 당신은 죽었습니다." 내 앞에서, 푹신해 보이는 날개를 가진 천사가 그렇게 말한다. 몸 자체에서 빛이 나는 듯, 성스러운 빛에 둘러쌓여 있는 천사. 겉모습과는 다르게 무기질적이고 사무적인 어조로 죽은 사람이 생전에 살았던 이력과 사인을 읊는다. 향년 17세에 트럭에 치여서 죽다. 고통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즉사였기에 다행이다.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죽은 자들에게, 천계에선 한 번 더 삶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이세계가 아닌 다른 곳, 마법이 있고 용이 있으며, 마왕이 있는 곳.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겠다. 이 육체 그대로 가도 좋고, 전생을 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당신 자신의 기억은 남는다. 1가지 정도라면 소원도 들어주겠다. 선택은 너의 몫이다. ……라는 이야기를 정말로..
- 1. 이른 취침의 탓인가 한밤중에 눈이 떠졌다. 오전 네 시. 초여름임에도 새벽에는 역시 쌀쌀했다. 보통 때 같으면 아직 세시간은 더 잘 수 있다고 좋아하며 다시 잠들테지만, 내일은 휴일. 수면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이상한 고양감을 느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 깨워버렸나." 구석에서 웅크리며 누워있던 신리가 일어난다. "뭔가 먹을래?" 그렇게 물어보자 신리가 무언가를 떠먹는 시늉을 한다. 아이스크림인가. 나쁘지 않다. "그럼 잠깐 나갔다올까." 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엉크러진 머리를 매만진다. 나도 적당히 모자를 눌러쓰고 집을 나선다. 새벽공기는 차가웠다. 반소매 차림으로 나온 것이 조금 후회될 정도의 기온이다. 종종걸음으로 내 뒤를 쫓아오는 신리를 보니 이쪽은 가벼운 ..
철지난 비일상. 0. 동생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예상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막상 일이 터지고 나니 당황스러움보다는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이 더 컸다. "윤 님의 형제분? 안녕하세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모르는 얼굴의 아가씨가 나를 맞이해줬다. 옆에는 윤-내 동생이다-이 난처한 얼굴을 하고있다. 아가씨와 윤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나는 윤을 잡아끌고 아가씨의 눈을 피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장하다, 내 동생. 드디어 해냈구나. 난 네가 언젠가 해낼 거라고 믿고 있었어." "잠깐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 여자애는 딱히 내가……." "아, 그래. 네가 데려온 건 아니겠지. 우유부단에 착해빠진 네가 집에 여자애를 데려올 배짱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으니까 걱정 말고...
철지난 비일상. 0. 동생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예상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막상 일이 터지고 나니 당황스러움보다는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이 더 컸다. "마스터의 형제분이시군요? 안녕하세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모르는 얼굴의 아가씨가 나를 맞이해줬다. 옆에는 윤-내 동생이다-이 난처한 얼굴을 하고있다. 아가씨와 윤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나는 윤을 잡아끌고 아가씨의 눈을 피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장하다, 내 동생. 드디어 해냈구나. 난 네가 언젠가 해낼 거라고 믿고 있었어." "잠깐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 여자애는 딱히 내가……." "아, 그래. 네가 데려온 건 아니겠지. 우유부단에 착해빠진 네가 집에 여자애를 데려올 배짱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으니까 걱정..
- 철지난 비일상. 0. 동생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예상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막상 일이 터지고 나니 당황스러움보다는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이 더 컸다. "마스터의 형제분이시군요? 안녕하세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니 난처해하는 윤-내 동생이다-과 모르는 얼굴의 아가씨가 있었다. 각종 매체에서 중세풍 교복이라고 태연히 거짓말을 지껄이지만, 실상은 코스프레 전문점에서 팔 것 같은 옷을 입은 아가씨다. 단정한 얼굴은 누가봐도 이국적이고, 머리카락도 금발이었다. 그리고 손에는 나무로 된 지팡이를 들고 있다. 결정적으로 '마스터'라는 단어. 나는 그 시점에서 사정을 대강 이해했다. 침착해,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당황하지 않았는데 뭘 침착해하냐? 라는 딴죽을 속으로 걸 수 있을 정도로 난 냉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