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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26일 본문
-
"───, 당신은 죽었습니다."
내 앞에서, 푹신해 보이는 날개를 가진 천사가 그렇게 말한다. 몸 자체에서 빛이 나는 듯, 성스러운 빛에 둘러쌓여 있는 천사. 겉모습과는 다르게 무기질적이고 사무적인 어조로 죽은 사람이 생전에 살았던 이력과 사인을 읊는다.
향년 17세에 트럭에 치여서 죽다. 고통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즉사였기에 다행이다.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죽은 자들에게, 천계에선 한 번 더 삶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이세계가 아닌 다른 곳, 마법이 있고 용이 있으며, 마왕이 있는 곳.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겠다.
이 육체 그대로 가도 좋고, 전생을 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당신 자신의 기억은 남는다. 1가지 정도라면 소원도 들어주겠다.
선택은 너의 몫이다.
……라는 이야기를 정말로 무감정하게 읊는다.
이것은 선택의 탈을 쓴 강요다.
환생이든 전생이든 택하지 않는다면, 당연하게도 만물의 섭리이자 원환의 이치에 따라 영혼은 무로 돌아간다.
육체는 이미 죽음을 맞이했지만 천계든 어디든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시점에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영혼의 소멸이야 말로 자아의 소실, 즉 진정한 죽음이 된다.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기에, 천사의 제안은 거의 100% 확률로 받아들여진다.
거의, 라고 하는 이유는 놀랍게도 새로운 제안을 직접 천사에게 건네서 받아들여진 극히 특수한 예외가 있기 때문인데.
어쨌든.
최근 죽은 젊은 세대들은 소설이든 영화든 만화든 무엇이든, '비일상'에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이세계'에 대한 순응이 지극히 빠르다. 보내는 천계의 입장으로서도 그 편이 일처리 하기에도 좋다.
"알겠습니다. 단, 조건없이, 는 안되고 일정 확률, 이라는 조건부가 붙게됩니다. 좋습니까?"
천사의 말에 죽은 자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바보같으니.
남의 능력을 일정 확률로 익히는 능력따위, 살아남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방금 전의 무효화 능력을 원하는 녀석보단 조금 낫군.
천사는 '행운을 빕니다.'라는 의례적인 멘트를 날리며, 속이 보이지 않는 검은 문을 열고 죽은 자를 그리로 인도한다.
희열과 기대, 그리고 다소의 불안.
그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표정에 품고, 죽은 자는 검은 문 안쪽으로 뛰어든다.
나는 영문 모를 거무튀튀한 어둠이 그를 삼키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 천사에게 말을 걸었다.
"방금까지 몇 명이지?"
"정확히 10명째입니다."
"좋아. 쉴까."
"네."
'네.'라는 대답이 끝나자마자, 천사는 눈을 감고, 그 몸을 감싸던 빛도 약해졌다. 언제봐도 기계와 같은 움직임이다. 감정도 적고, 명령에 대부분 순종하며, 자의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로 기계라고 진심으로 의심하던 때도 있었지만, 가끔, 정말 가끔 보여주는 인간적인, 아니 천사적인, 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모습 때문에 지금은 의심을 많이 걷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저 쉬는 모습을 보면 그저 전원이 나간 기계나 다름없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실제로 몸이 피곤한 게 아님에도, 어쩐지 주기적으로 이렇게 몸을 풀어주지 않으면 뭔가 무거운 느낌이 든다. 인간이었을 시절의 영향이려나.
천계는 지루한 곳이다.
'신'이 있다는 신역 내부는 못가봤기에, 주로 거주하며 지내는 외부의 생활을 잠시 설명해보자면.
아무 것도 없다.
생활? 생활이 곧 일이다.
천사는 각각 쌍으로 어느 일에나 종사하고 있다. 그게 영혼을 인도하여 무로 돌리는 일이든, 섭리에 따라 영혼을 재생성하든, 아니면 우리처럼 이세계로 보내든, 이도저도 아니면 '신'의 잡무를 처리하든, 무언가의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은 쉬면서 보내면 좋은데, 웃기게도 천사의 육체? 영체?는 굉장히 편리한 구조로 되어있어서, 아무리 몸을 움직이고 일을 해도 절대로 지치지 않는다. 잠도 마찬가지고, 식사도 마찬가지다. 지치지 않고, 잘 필요도 없고, 밥을 먹을 필요도 없으니 모든 시간을 일에 쏟는다.
'신'을 사장으로 본다면, 천계는 터무니없는 블랙기업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이런 상황에 불평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 무섭다. 천계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천사들은 일에만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에, 애초에 가지고 있던 인격이 빠르게 마모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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