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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3일 본문
-
0. 만남은 모퉁이에서.
아침은 느긋하게.
집에서 미적거리며 급하게 학교를 가기보단, 아예 일찍가서 자는게 낫다는게 내 지론이다.
걸어서 등교할 수 있는 거리였으면 좋지만, 버스를 한 차례 탄 후, 10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 위치에 학교가 있다.
그렇게 먼 것도 아니지만, 절대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버스 정류장은 비교적 큰 길에 있고, 학교는 주택가 사이에 있기에 학교까지 가는 길은 골목길을 지나야한다.
애초부터 주택가로 계획된 지구이기 때문에 정방형의 길이 뻗어있기 때문에, 자연히 벽을 끼고 도는 경우가 많게 되는데…….
"웁, 꺄악-!"
꺾어진 부분을 돌자마자 가슴팍에 충격이 오는가 싶더니 새된 비명이 들렸다.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면서 비명이 들린 쪽을 쳐다보니───
"우와……."
입가에 식빵을 문 여자애가 쓰러져 있었다.
그것도 다리까지 벌리고.
원래라면 보일리가 없는 흰 속옷까지 보이고 있다.
평상시라면 아침부터 횡재했다고 속으로 웃었을테지만, 너무 황당한 상황에 헛웃음부터 나왔다.
"……히죽."
"……."
여자애는 뒤집어진 치마를 누르면서 얼굴을 붉히고, 봐, 봤지!?……따위로 말하지 않았다.
어쩐지 능글맞은 웃음을 띄우면서 속옷을 가릴 생각도 안한 채 손을 내밀어 온다.
맞잡아서 일으켜주니, 시원시원한 손놀림으로 치마에 묻은 흙을 털어낸다.
둥글둥글한 눈에 어쩐지 털털해 보이는 여자애로, 어깨 언저리에서 가지런히 자른 새카만 머리카락과 흰색의 교복의 대비가 특히 인상적이다.
……자세히보니 우리 학교 교복이다.
"후후후후, 거기, 나랑 부딪힌 남학생! 식빵을 물고 '지각이야! 지각!'을 외치면서 달리는 미소녀와 부딪힌 것도 모자라 비밀의 화원까지 엿 본 감상은 어때? ……라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표정을 보니까 '이런 게 실제로 일어나다니!'하는 어이없는 표정이네?"
"실제로 어이없어 하고 있다."
있을법 한 사건이라면 충분히 놀랐겠지만, 너무 작위적이었다. 요즘 세상에 그렇게 뛰어다니는 여자애가 어디있다고.
딴죽을 걸 곳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시간을 보면 지각은 커녕 너무 일찍 왔다고 생각할 정도이고, 바닥에 자빠질 정도로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니며, 부딪혔다고 속옷이 보일만큼 다리가 그렇게 벌어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애시당초.
이런 고전적인 '조우'는 요샌 어떠한 매체에서도 써먹질 않는다. 이른바 클리셰화가 너무 진행돼서 쓰이지 않는 현상이랄까.
"흐응, 뭐 괜찮아. 그래도 내 노력을 알아주는 남자애와 만나다니, 일부러 한 보람이 있잖아!"
쓰잘데기 없는 노력이다, 정말로.
"그래서 뭘 하고 있던건데? 너, 우리 학교지? 몇 학년?"
"같은 학교 맞고! 학년은 2학년. 너도 2학년이지? 아니, 물어볼 것도 없이 넌 2학년이야! 왜 그런지 빨리 물어봐 줘!"
방방 뛰면서 얘기하는 모습이 아주 기운이 넘쳐 보였다.
좋게 말하면 기운이 넘치지만, 내 생각으로는 오래 대하면 피곤한 타입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원하는 대로 해줬다.
"왜?"
"2학년이어야, 하급생, 동급생, 상급생을 전부 등장시킬 수 있잖아? 그 외에도 고등학교의 한창이라는 느낌이 강하지~ 2학년은!"
터무니없는 이유였다.
"……2학년인건 맞지만, 그런 이유로 내가 2학년인건 아니야."
"그거야 그렇겠지. 그보다 어서 대답해 줘. 느낌이 어땠어?"
"느낌이라니?"
"에이~ 알면서 그런다. 한 번 더 듣고 싶은거라면 다시 말해줄게. 식빵을 물고 '지각이야~'를 외치면서 달려가는 청순가련한 미소녀와 모퉁이에서 부딪힌 것도 모자라 순백의 그곳까지 본 감상이 어떻냐고 물어보는 거야."
아까보다 쓸데없는 수식어가 늘었다.
뭐, 얼굴은 이쁘장한데다 가지런한 머리카락을 보면 어느 정도 청순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딘가 능글맞은 말투와 행동이 그 모든걸 망치고 있었다.
"너, 그거 물어보려고 일부러 그런거지? 요즘 세상엔 모니터 너머에서도 그런 장면은 안나와."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그녀는 칫칫- 하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런 재미없는 의견은 각하야. 무대 설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구. 내가 원하는 건 있는 그대로의 감상이야! 그래서, 어땠어? 고전적이긴 하지만 고전에는 고전만의 아름다움이 있기에 고전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어때? 두근두근 했어?"
"……."
말하는게 지리멸렬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대강 알아들었다.
내가 이런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두근댔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 무대 설정에 무슨 장치를 했는지까지 아는 사람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말하자면?"
"실제로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 놀라고 있어. 매우."
"……아아~ 그건 또 재미없는 반응이네. 이제 그만 솔직해져도 괜찮잖아? 응?"
그녀가 '괜찮잖아!'를 연발하면서 얼굴을 들이민다. 가깝다.
나는 그녀를 밀어내고선,
"뭘 솔직해지라는 거야? 아니, 그래, 솔직하게 말하는게 좋을 것 같네."
"응, 응. 말해봐."
"……만약에 내가 평범하게 걷다가 너랑 부딪히고 몇마디 말을 나눴다면 예쁜 애랑 알게 됐다고 좋아했겠지."
"옳은 말도 할 줄 아는구나?"
"시끄러워. 계속 들어봐. 만약 그 상태에서 네가 넘어져서 속옷까지 보였다면, 나는 속으로 '오늘은 운이 좋구나!'라고 생각했을 거야. 기분은 더 좋아지겠지."
"솔직해서 좋네."
실제로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녀가 말한 것처럼 두근두근 대지는 않았을지언정, 기분은 굉장히 좋았을 것이다.
"문제는 식빵이지."
"응?"
"아무리 그래도 식빵까지 물고 '지각이야!'를 외치며 달려와서는 모퉁이에서 부딪히고, 넘어져서 속옷까지 보여준다는 상황은 너무 정도가 지나쳤어. 지나치게 작위적이야. 좋아지던 기분도 확 식어버릴 정도라고. 게다가 너의 그……."
"그?"
"……어딘가 능글맞은 태도도 원인 중 하나지."
초대면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솔직해지라는 말에 말해버리긴 했지만, 너무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눠버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말을 듣고, 그녀는 무언가 깊게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씨익 웃었다.
"좋아. 좋은 참고가 됐어. 하지만~ 거기선 식빵을 입에 물고 달린다는 설정이 중요한거라구~ 그렇게 안하면 그냥 순수하게 '부딪혀서 넘어졌다'라는 상황이 되어버리잖아?"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이게 작위적인 행동이라는 건 아는 사람만 안다는 얘기지. 그리고! 보기좋게 걸려들었고."
"……."
"어쨌든! 이렇게 너랑 만나게 됐으니 열심히 뛰어다닌 보람이 있네. 좋은 의견 감사하게 잘 들었어. 앞으로도 좋은 의견 많이 부탁할게.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어, 어어. 잘 부탁해."
……인사를 해오는 상대 앞에서 '앞으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다소 어색한 태도로 대답을 해버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활짝 웃더니,
"분명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거야. 응, 확실해!"
그렇게 해서,
조금은 억지스러운 사건을 통해 나는 그녀와 만났다.
1. 연애는 신발장부터.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거야!'따위의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우리는 그 자리에서 헤어지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학교로 향했다.
누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학교로 가는 건 초등학교 이래로 처음인 것 같다.
모퉁이에서 한 실랑이가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 먹어서 그런지 원래라면 텅텅 비어있어야 할 등교길도 드문드문 학생들이 보였다.
교문을 통과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부딪혀서 자연스럽게 속옷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던 그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딱 치더니,
"만났으면 고백이지?"
라고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이해할 수 있는 맥락으로 말을 해봐. 아까부터 네 페이스는 전혀 못 쫓아가겠어."
"그러니까, 드라마틱하게 만난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전할 수단은 바로 신발장 러브레터지. 혹은 반대의 경우도 좋아. 여자아이의 러브레터는 어쩐지 귀여워서 좋잖아? 대충 이런 느낌이지. 우연히 만나고 이후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친하게 지내는 그녀에게 고백할 지 어떨지를 고민하며 신발장 문을 연 순간, 툭 떨어지는 분홍색의 예쁜 편지. 조심스럽게 들어서 펴보니 아름다운 글씨로 '방과 후, 옥상에서 기다릴게요.'라고 적혀있는 거지. 설마 그녀와 마음이 통한걸까? 아니면 새로운 아이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글씨체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있는 자신도 있어서 두근두근하며 옥상으로 향하여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거야. 그리고 옥상 중앙, 휘몰아치는 바람에 긴 머리를 흩날리며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라는 그림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지지 않아?"
"……아주 소설을 써라."
너무 흔해빠져서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걸 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여타 매체에서 끊임없이 볼 수 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요즘같이 휴대폰이니 태블릿이니 발달한 세상에 굳이 편지를 보내서 어디어디로 나와주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신발장이 있는 학교도 드물다.
초등학교 땐 신발주머니라 해서 따로 들고 다녔고, 중학교 시절도 마찬가지였지만, 실내화가 개인 슬리퍼였기 때문에 아예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일이 더 잦았다.
"로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는 별로 인기가 없을걸."
"그건 로망이 아니라 망상이야.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걸 한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방금 이 여자는 식빵을 물고 지각이야~를 외치다가 나와 부딪혀서 속옷까지 보여준 참이었다.
물론 이건 지극히 작위적인 상황 하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났으 때의 감격은 대단한거지~ 신발을 갈아신으려고 신발장을 열었는데 꿈에서도 생각지도 못 한 편지가 떨어져 있는거야. 펼쳐봤더니 당신을 좋아합니다, 하면서 가슴 떨리는 말들이 써있는 거지. 너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보면, 느낌이 어떨 것 같아?"
"솔직하게 말해줄까?"
"응."
"무서울 것 같은데."
"응?"
"무서울 것 같다고."
"왜? 어째서? 왜?"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왜? 왜?를 연발했다.
만일 정말로 그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다면, 꽤 무섭겠지.
누군가가 날 좋아한다는 것에 공포심을 갖는 그런 괴상한 포비아Phobia를 가진 건 아니고, 우리 학교의 신발장을 보면 당연한 품을만한 감정이다.
"이렇게 되어있는데 무섭지 않으면 이상한거지."
신발장 앞까지 와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우리 학교는 도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 신발장에 자물쇠를 달아놨다. 교체가 반쯤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느 건 비밀번호 식이고, 어느 건 열쇠로 여는 구식 자물쇠지만 어쨌든 함부로 열어서 러브레터를 놓느니 마느니 하는 건 이미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참고로 내껀 비밀번호 식이다.
그런데 그걸 억지로 열고 편지 같은걸 넣어놨다면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이건 엄연히 범죄 행위고,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이름 하에 범죄행위를 태연히 저지를 사람이면 이미 아웃이다. 집까지 쳐들어올 수도 있다고.
"으으, 이건 대실망인데. 요즘은 보안을 너무 신경쓰는 것 같아. 조금은 허술해진 편이 귀여울텐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할 걸."
"로망이 없어, 로망이. 편지가 아니라 메신저로 '오늘 체육관 뒤 편으로 나와주세요.'라고 보내는 건 너무 멋이 없잖아? 그렇게 보낸 시점에 이미 번호랑 이름이 전부 떠버리고, 신상이 들통나잖아. 편지로 받았을 때, 이게 누굴까? 하는 기대감이 없어진다고. 정말 로망이 없잖아!"
"로망, 로망 시끄럽네. 그런 건 모니터 너머에만 있는거야"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지만, 이녀석, 여자치고 너무 그런 쪽을 잘 알고 있는 눈치다.
아까 전 모퉁이에서 부딪힐 때 식빵이 어쩌고 하는 말도 그렇고, 이번 신발장도 그렇고.
어디까지나 오소독스한 소재이기 때문에 조금의 지식만 있더라도 충분히 알 법한 얘기긴 하지만…….
"흥, 모니터 너머는 질렸으니 현실에서 찾아보겠다는 거 아냐. 하지만 신발장이 이래서야 그것도 실패네. 아까 '미소녀와의 충돌은 사랑의 전조' 작전은 성공했는데."
"사랑도 아니고 전조도 아니고, 성공도 안했어."
"미소녀는 맞나보군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물어놓고 빙글빙글 웃는다.
……예전에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었는데.
자신의 외모가 충분히 괜찮다는 걸 자각한 여자는 무섭다고.
무서운 건 둘째치고 짜증이 나려고 한다.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내가 한숨을 쉬자, 그녀는 양 손을 올리면서 '농담이야, 농담'하면서 뒤로 약간 물러났다.
"질문만 농담이고, 내용은 사실이지만."
"……피곤한 대화구만, 정말로."
"그런 소리 하지마. 미소녀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운 법.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하는 거라고. 뭐~ 너한테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앞으로도 계속 신세질 것 같지만.'
무슨 자신감인지 또 의기양양한 태도로 그렇게 말한다.
조금 진심을 내보이자면, 간만에 대화가 물 흐르듯 진행되는 사람을 만난터라 나도 조금은 즐겁다고 생각한다.
단지 대화의 주제가 이리저리 휘둘리는 느낌이라,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계속 만날 수 있다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부활동도 하지 않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가버리는 나와 접점이 생기긴 어렵지 않을까. 이 애, 우리 반은 확실히 아니다. 다른 반 애들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몇 반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생활이라고 해봐야 부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반 내로 생활패턴이 고정되어 버리니 이녀석 말처럼 계속 만나거나 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다른 반에서 계속 찾아온다면 모를까.
설마 그러진 않겠지.
"글쎄, 그건 어떨지."
"내 예상으로는 99% 그렇게 되는 게 확실하지만, 으음, 사람따라 다르긴 하겠지? 하지만 조금쯤은 기대감을 가져봐. 혹시 알아? 내가 너희 집에 얹혀살게 될지. 미소녀와의 꿈만 같은 동거 생활이야!"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 아무래도 좋을 일은 됐고, 아까부터 떠드느라 시간이 너무 지체됐잖아. 얼른 들어가자고."
나는 신발을 갈아신으며 그렇게 말했다.
골목길에서 꽤 시간을 잡아먹은 것도 모자라, 여기까지 오는 데도 은근히 많은 시간이 걸려버렸다.
이래서야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잠을 잔다는 계획은 물거품이다.
뭐, 아침부터 쓸데없이 많은 대화를 나눈 탓에 잠은 이미 달아났지만.
"뭐해? 신발 안 갈아신고."
내가 갈아신는 동안 그녀는 멀뚱히 나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 신발을 갈아신을 생각은 전혀 안하는 것 같았다.
"응? 아아, 난 됐어. 이대로 갈 거니까."
"무슨 소리야? 그대로 간다니."
바깥에서 신발을 신고 교내를 돌아다니면 당연하게도 교칙 위반이다.
괜히 신발장이 있는 게 아니지.
그 정도 교칙쯤이야 위반해도 상관없긴 하지만, 학교가 다소 빡빡한 탓에 사소한 교칙이라도 위반을 하면 귀찮은 꼴을 당하게 된다.
"난 괜찮아. 이렇게 다녀도."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는데 '너, 그거 교칙 위반이야!'라고 지적할만큼 내가 정의감 넘치는 사람은 아니기에, 나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나란히 본관으로 들어가는데, 그녀가 갑자기,
"그보다 비밀번호 봤어. 언제 올지 모르는 편지를 기대해 줘~"
라고 말하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야! 이상한 거 넣을 생각하지 마!"
"이상한 거라니, 실례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 미소녀의 편진데 말이야!"
"필요 없어, 그런거."
"솔직하지 못하긴."
……이런 대화가 즐겁다고 생각했다니. 아침부터 피곤이 넘치는 느낌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그녀는 본관과 별관 통로에서 멈춰서서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난 여기서 잠~시 헤어져야겠네! 이따가 분명히 다시 보게 될테니까 걱정말고 기다리고 있어! 안녕~"
그리고는 양 손을 벌려서 좌우로 흔들더니 별관쪽으로 뛰어가버렸다.
정말로, 기운이 넘치는 모습이다.
"이따가 보기는 무슨."
설마 쉬는 시간에 찾아온다는 소리는 아닐테고. ……그 전에 쟤는 내 반도 모른다.
설마 다 뒤지고 다니지는 않을테니, 아무리 봐도 이따가 다시 만난다는 소리는 인사치레로 보는게 좋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어쩐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교실로 향했다.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 말대로,
우리는 금방 다시 보게 됐다.
2. 시작은 전학생으로부터.
아까까지만 해도 전혀 졸립지 않은 것 같았는데, 교실에 돌아와서 내 자리에 앉고보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몸이 이 시간대에 항상 자고 있던 걸 기억하는 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아침 조회까지의 짧은 시간이나마 잠을 청하기로 했다.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음에 기분좋게 몸을 맡기고 잠깐 잠들었나 싶더니…… 이내 주위에서 들리는 소음이 없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침 조회가 한창인지 담임 선생이 이미 교탁에 있었고, 옆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내가 잘 아는……이 아니라, 바로 방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여자애가 있었다.
"아!"
"옷, 안녕~"
무심코 내가 소리를 내자,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표정을 보니, '거봐, 금방 본다고 했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럴수가. 이렇게 사정 좋게 일이 풀릴리가 없는데.
같은 반 애들이 소리를 낸 나를 잠깐 쳐다봤지만, 이내 그녀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전부 그쪽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중인 모양인데.
웅성거리는 소리를 조금 들어보니, 의외로 첫 인상이 좋은 것 같다. 아까 그 맥락없고 텐션만 높은 이야기를 전학 온 첫 인사 때 내뱉지 않은 점은 높이 살 만 하다. 만약 그랬다면, '쟤 뭐야?'라는 말과 함께 뚱한 반응이 돌아왔을테니까.
"아무튼 이번에 집안 사정으로 이쪽으로 전학오게 됐어요~ 조금 어중간 한 시기긴 하지만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귀여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푹 숙이니 여기저기서 짝짝짝-하는 박수 소리가 터져나온다.
저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라지.
나는 불과 20분 전에 그녀가 말했던 어이없는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진저리를 쳤다.
같은 반이 된다면 분명 이야기 할 기회는 많아지겠지만, 아까 쟤는 그것까지 생각하고 '앞으로 많이 보게 될 거야!'라고 말한 걸까?
전학 오게 될 반이 몇 반인지는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몇 반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확신에 차서 할 수 있을까.
아무리봐도 그냥 잘 맞아떨어진 우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우연은 여전히 지속되는 듯, 그녀는 내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교실에서의 내 자리는 모니터 화면으로 본다면 익숙한 각도임에 분명한, 왼쪽 맨 구석 뒷자리다. 지난 주에 제비뽑기로 자리를 교체했으니 내가 여기에 앉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다. 내 앞자리에 있던 남학생이 그저께 전학을 갔기 때문에 자리가 비어 있었고, 거기에 이번 전학생이 앉게 된 것도 부자연스럽진 않다.
다만, 나는 이 일련의 흐름에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뭐, 심각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너무 잘 들어맞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침부터 모퉁이에서 여자애랑 부딪히고 하루를 시작하다 보니, 이런저런 것들이 전부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게 다 아침부터 이상한 대화로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이 여자탓이다. 분명.
"후후후후, 내가 말한 대로 됐지?"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가 고개를 돌려서 그런 소리를 했다.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나는 확신하고 있었지만. 아~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자리까지 근처로 배정받을 줄은 몰랐어. 운이 좋구나, 너."
운이 좋기는.
"그런데, 너 전학생이라면서 이 주변은 잘 아는 것 같던데?"
"아, 응. 집이 이사온 게 아니라, 학교만 옮긴 거라서. 이 주변에 여학교 하나 있지? 기독교 계열의."
그러고보니 그런게 있었지.
우리 학교에서 한 2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로 기독교 계열의 여학교라는 이미지에서 느껴지듯, 들어가는 것도 힘들고 생활도 팍팍하다는 소문이 나 있는 굉장한 고등학교다.
물론 인사할 때 '평안하세요'따위로 말하는 그런 고등학교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학교에 비해서는 훨씬 교칙이 엄격하고, 처벌도 세다고 한다. 우리 학교도 일반적인 기준보다는 엄격한 축에 들지만, 저 학교에 비하면 양반인 수준이다.
교칙이 그런만큼 건물도 새로 지어서 깔끔하고, 시설도 좋고, 교복도 이쁘다는 평이 많아서 다들 들어가고 싶어하는 학교 중 하나다. 주위의 평을 들어보면, 그 학교에 다니면 어쩐지 양갓집 규수가 된 느낌이라고 한다나.
아무튼, 그런 학교에서 비교적 평범한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온 거면 무언가 사정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말할 때 표정에선 별다른 이상을 느끼진 못했지만, 괜히 건드려서 파고들 필요는 없겠지.
나는 그쪽 화제는 피하기로 마음 먹었다.
……마음 먹었는데,
"음~ 소문난 여학교에서 이런저런 짓을 하다보니 교무실에 불려가고, 교장실에 불려가더니, 끝내는 이사장실에 불려가서 온갖 소리는 다 듣고 쫓겨나버렸지 뭐야. 그치만 뭐, 여기선 그런 일은 없을테니 편하게 이런저런 것들을 할 수 있겠지?"
본인이 시원하게 밝혀버렸다.
"이런저런 짓이라니, 무슨 짓을 했길래 학교에서 쫓겨날 정도가 되는거야?"
"별 거 아니였는데, 학교에서 호들갑을 떨었을 뿐이야. 그 왜, 오늘 아침 있잖아? 그거랑 비슷한 걸 조금."
오늘 아침이라면, 모퉁이에서의 그거말인가.
……그런 해괴한 짓을 이름 높은 여학교에서 했다면 쫓겨날만도 하다.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뭐라 말을 하려는 찰나, 조회가 끝났는지 우리 자리를 향해 반 애들이 몰려들었다.
과연, 괜찮은 외모의 전학생이라 그런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사람이 몰려드는데 앉아있는 것도 불편하기에, 나는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잠시 빠져있기로 했다.
"어디가?"
"……."
그럴려고 했는데, 붙잡혀 버렸다.
"모르는 사람 투성이니까 옆에 좀 있어주면 안심이 될텐데."
하! 불과 몇 십분 전에 모르는 사람에게 각종 이상한 소리를 늘어놨던 여자가 할 소린가.
우리는 아직 모르는 사이에 가깝다는 어필을 하려는데, 나와 그녀의 실랑이를 보고 있던 주변 애들에겐 어떻게 보였는지,
"둘이 아는 사이야? 묘하게 친해보이는 걸?"
라고 웅성웅성 지껄이기 시작했다.
반에서의 내 위치는 뭐,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위치지만, 오늘 전학 온 미소녀(자칭)와 친하다고 보이게 된다면 나쁜 의미로 눈에 띄게 된다.
세상만사 조용하게 지내는게 제일이라는게 내 신조이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러엄! 잘 아는 사이지. 안 그래?"
"잘 알기는 무슨! 방금 만난 사이잖아?"
"그래도 얘네들보단 잘 알잖아?"
얘네들, 이라고 한꺼번에 매도당한 반 애들의 표정이 일순 굳은 것 같이 느껴졌다. 말이야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말 안에 섞인 뉘앙스를 읽은 걸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녀는 '얘네들'이 그다지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 같았다.
이건, 위험하다.
나는 내 팔을 붙잡은 그녀의 팔을 조금 강하게 뿌리치고 몰려든 무리를 헤치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아직 오늘 수업은 시작도 안했는데, 온 몸이 피곤해 죽을 것 같다.
시간을 보니 아직 5분 정도 여유가 있다.
이왕 나온 김에 화장실이나 가려고 발을 옮기는데,
"너무해! 도망치다니."
그녀가, 그런 소리를 하며 팔에 매달렸다.
"너, 너, 뭐하는 짓이야?"
"뭐하긴, 따라 나온거지."
매달리는 그녀를 떼어낸 뒤 교실을 보니 다들 이쪽을 보고 있다.
아아, 보고있다.
나는 일단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그녀의 팔을 붙잡고 눈에 띄지 않는 층계참으로 갔다.
"어, 이런 곳에 와서 뭘 하려고……."
"농담은 그만하고, 너 무슨 생각이야?"
강한 어조로 내뱉으니 그녀가 볼을 부풀리며 뚱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생각이긴, 너랑 이야기나 하려고 그런거지."
"거기서 그럴 건 아니잖아. 일반적인 대응을 하라고, 일반적인. 네 이상한 행동때문에 너랑 난 이상하게 엮여버렸잖아. 그래도 돼?"
"응, 상관없는데."
…….
대답을 듣고서 내가 말을 잘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확실하게 말해버리니, 내가 이후에 말할 게 없어져버렸다.
"전학생이 오자마자 엉겨드는건 일상 다반사잖아? 처음부터 그래야 이상한 애들이 안꼬이지. 침 발라놨다고 생각해."
태평한 어조로 그렇게 말한다.
"누가 누구한테 침을 바르냐! 너 때문에 교실에서 조용하게 지내오던 내가 쓸데없이 주목을 받게 되는 상황이 됐잖아!"
"뭐, 어때. 앞으로도 그럴 일이 많을테니 익숙해지는 게 좋을거야. 정 원망하려면 모퉁이에서 부딪힌 걸 원망해야지~"
"………."
"너무 그렇게 싫어할 건 없잖아? 미소녀 전학생이 오자마자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는 데 말이야."
그러니까.
이 여자애는 지금 아까 식빵 물고 달리던 여자애처럼 '미소녀 전학생이 온 상황'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 설마 전학을 한 건 아닐테고, 상황과 노림수가 잘 맞아떨어진 것뿐이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무슨 의미가 있지?
단지 재미있어서?
그 재미를 위한 대상으로 내가 선택됐다는 건가.
아침에 부딪힌 인연으로.
"……전학생이 사건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너무 뻔해서 시시하잖아."
내가 그렇게 대꾸하자 그녀는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연달아서 그런 장난과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게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 같진 않았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그 이유를 알고 싶다, 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 대화는 피곤하고, 반 애들한텐 눈에 띄게 되어버렸지만, 시종일관 당당한 그녀의 태도를 보니 조금은 어울려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하다니 무슨 그런 실례의 말씀을. 왕도적이니까 다들 알아듣기 쉬운거야. 또 그러니까 좋고. 일격에 반 애들한테 각인시켜줬잖아?"
"그런 건 앞으로 좀 참아줬으면 좋겠는데. 너와 내가 둘다 고립되는 결말밖에 없어."
"후후후, 그런 게 무서우면 어떻게 하렘을 건설하겠는가! 자다가 찔려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각오로 지내야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보다, 수업 시작하겠다. 얼른 돌아가자고."
둘이서 나란히 들어가면 또 시선이 모이겠지만, 어쩔 수 없나.
"흐응, 뭐, 일단은 그래야겠지."
"일단은,이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지."
별로 내켜하지 않는 모양새였지만, 나는 그녀를 끌고 교실로 향했다.
……최소한 수업시간 정도는 조용히 있어주겠지.
나는 그렇게 속으로 조용히 바랐다.
3. 사건은 수업 중에.
초면인 내 상대로 전차와도 같은 행동력을 보여주던 그녀도 과연 수업시간에는 얌전했다.
얌전하게 1교시를 보내고, 쉬는 시간에는 다가온 몇 명의 학생들에게 '일반적인 대응'을 하던 그녀를 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정작 문제는 2교시였다.
2교시는 수학.
뒤에서 보기에도 뭔가 꿈지럭대는 모습이 여간 수상쩍어 보이는 게 아니어서,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녀가 흘끗, 뒤를 돌아본 것이었다.
입가에는 예의 그 히죽대는 미소가 걸려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말리려는 찰나에……
"……선생님!"
……손을 들며 그녀가 일어서버렸다.
"뭐지?"
"……죄송한데, 머리가 갑자기 너무 어지러워서요. 보건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그렇게 왔나.
수학을 맡은 선생은 그리 깐깐한 성격이 아니라서, 학생이 저런식으로 말을 하면 거의 무조건 보내주는 편이다. 반대로 1교시의 영어 선생은 조금 피곤한 성격이라 정말 아파서 보건실에 가고 싶을 때에도 보건선생의 확인증을 받아오라는 둥, 이래저래 시끄럽게 구는 편인데, ……이녀석, 설마 노리고 한 건 아니겠지?
아니나 다를까, 수학선생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봤다.
감사합니다, 라고 고개를 숙인 그녀가 나를 향해 눈을 빛내는 걸.
여기까지 와서 나를 빼고 알아서 잘 가겠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만난지 몇 시간도 채 안됐지만 이 여자는, 적극적으로 나와 관여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조금쯤은 어울려 주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아까 전에 한 참이었다.
언제까지 휘둘릴 수는 없으니 먼저 선수를 쳐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내 책상 근처까지 걸어와서 보란듯이 비틀거리는 게 보였다.
이 코스라면, 확실하고 무자비하게 나한테 엉겨들며 쓰러지는 코스.
"선생님! 몸이 많이 안좋아 보이는데, 제가 부축해서 데려가겠습니다. 괜찮겠죠?"
비틀비틀, 흔들거리며 완만히 쓰러지는 그녀가 나를 덮치기 전에 나는 먼저 일어서서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덜커덩 거리는 의자 소리에 시선이 완전히 집중된 걸 애써 무시하고, 수학 선생이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갔다.
"……하아."
"헤에, 꽤 하잖아? 이제 나는 영락없는 너의 것이야! 아아, 죄 많은 소녀여."
그녀가 히죽대며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비틀거리던 모습은, 뭐, 당연하지만 온데간데 없다.
"거기서 나한테 쓰러졌으면 더 큰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후후후, 거기까지 파악하다니, 역시 역시. 내가 보는 눈은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나도 따라간다.
"역시, 수업 중간에 교실을 빠져나오는 핑계는 보건실이 제격이지?"
"분명 다른 애들도 핑계라는 걸 눈치챘을 걸."
"그거야 그렇겠지~ 아무리 그래도 전학 온 첫 날부터 보건실 운운하는 건 좀 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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