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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3일 본문
-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와 함께 문을 연다.
여전히 아무도 없는 카페다.
나는 마스터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지정석으로 향했다.
"여."
"응."
언제나와 같이 노트북을 얹어놓고 화면과 눈싸움을 하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오늘은 어때?"
"전혀. 한 글자도 못썼어."
올해 16세. 절찬리 청춘을 구가해야 할 나이이지만,
소녀는 닳아버릴 대로 닳아버린 노인마냥 인상을 찌푸린다.
소녀의 직업은 작가.
즉, 글을 쓰는 사람이다.
요새는 아이디어가 없어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요새가 아니라 항상 고생하고 있지만 말이야."
"이전엔 어떻게 쓴거야?"
분명 데뷔작이 있다고 들었다.
"아- 얘기하면 복잡한데. 쓰지는 못했지만, 출간은 됐고, 인세는 나온다고 해야하나. 뭐, 그런 느낌."
뭐야 그게.
"아무튼, 그런 경우도 있다 이거야. 그래서 오늘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척 내민다.
나는 양손을 펼치며 어깨를 으쓱한다.
"?"
"이런 제스쳐는 한 번쯤 해보고 싶단 말이지."
"너의 그 쓸데없는 욕망의 발로는 아무래도 좋아. 오늘치는 어쨌어?"
"시간이 없어서 쓰진 못했고. 머릿속에는 있어."
소녀는 그 말에 이쪽을 흘겨보더니, '쳇-'하면서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뭐, 좋아. 일단 말해봐."
"여러가지 있지만, 우선 이거부터려나. '클리셰 전개에 특허를 매겨서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만든 세계'"
"자세히."
"그러니까 뻔한 전개에 대해 특허든 뭐든 걸어버려서 그걸 쓰지 못하게 감시하는 기구같은 게 있어서, 소설이든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그런 내용은 극소수만 쓸 수 있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전개를 강요받는거지. 꼭 스토리 전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재같은 것도 말이야. 이를테면, 식빵을 물고 '지각이야~'라고 외치는 여학생과 모퉁이에서 부딪히는 장면같은 거."
"음."
소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내용을 음미하듯 잠시 침묵한다.
"먼저 생각한 주인공의 포지션은 그런 특허출원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전문직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좀 난이도가 있어서, 기구에 소속된 직원이라는 걸로 바꿨어. 원래는 온갖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클리셰적인 무언가를 뽑아낸 다음, 그걸 특허로 지정해버리는 엘리트 코스에 있던 주인공이 불만처리과로 강등되면서, 실제로 현장에 나가 불만을 대해보는거지."
"좋아, 거기까진 알겠는데."
내 말을 끊듯이 그렇게 말한다.
"좀 더 템포를 빠르게 해봐.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봐야 읽는 사람만 지겨운 스타일이야, 이건."
"읽는 사람?"
"아니, 듣는 사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래서 실제로 현장에 나간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데?"
"현제 체제에 불만을 가진 단체의 정신적 지주격인 여자애를 만나는거지."
"오소독스한 내용이군. 만나서?"
"그동안 흔해빠지고 아무런 신선함도 없는 이야기를 그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결말에는 주인공이 그들을 도와서 체제를 부순다?"
아니, 아니다.
그렇게 해버리면 정말로 평면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공감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기구를 통해 단체를 격멸. 다만 히로인은 놔주면서, 이렇게 말하는거지. '그래도 난 역시 이 체제가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흠."
소녀는 팔짱을 끼고 또 다시 생각에 잠긴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생각에 빠지는 건 늘상 있는 일이다.
나는 새로 주문한 파르페를 먹으며 차분히 기다린다.
이윽고 소녀가 눈을 떴다.
"......남자가 파르페는 어떨까 싶은데."
"성차별적 발언이군."
"나도 사줘."
대뜸 요구해왔지만, 이것도 언제나의 일이다.
항상 소녀가 먹던 것으로 주문한다.
"그래서, 어땠어?"
"음, 나쁘지 않은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네. 너도 알거라 생각하지만, 배경이 유사한 작품이 이미 있어. "
"미디어양화법?"
소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문제는 차치하고 생각하면, 일련의 스토리 전개는 괜찮을지도. 필요한 걸 따져보면..."
"기구에서 제정한 특허관련 조항이 제일 필수적이겠지."
"그리고 기구와 집단 간의 대립에 대한 기반을 잘 닦을 필요가 있어. 그리고 당연하지만 캐릭터도."
"캐릭터는 알겠는데, 기반?"
내 말에 그런 것도 못 알아챘냐는 듯 눈을 흘긴다.
"당위성말이야, 당위성. 솔직히 나도 현재의 세태에는 굉장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검열을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설득을 해야한다는 말씀."
"흠, 그렇군."
"그런 점에서 조항을 설정할 때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내용을 담아야 해. 그게 필수. 작품의 핵심은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전개 자체는 오소독스하게 흘러가다가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독자의 기대, 그러니까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감화되어 체제에 저항하는 쪽으로 돌아서게 된다는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니까, 그런 방향으로의 흐름이 중요하지. 그게 안되면 말짱 꽝이야."
OK. 이해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르페를 재차 주문했다.
소녀도 열심히 남은 양을 욱여넣고 빈 잔을 흔들어보인다.
잠자코 하나를 더 주문했다.
"그래서 써먹을 수 있겠어?"
"글쎄. 내용은 나쁘지 않은데. 난이도도 높지 않고. 근데 써봐야 알 것 같네."
아리송한 표정으로 소녀가 말한다.
이정도면 충분히 쓸만한 내용인 것 같은데.
"다음 번에 만날 때까지 써보고 얘기해줄게. 그 사이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받아줘야 할 것, 알았지?"
"물론."
"그럼 오늘은 이걸로 끝."
오늘도 그렇게 멋대로 선언하면서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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