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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6월 27일

칼리리 2016. 6. 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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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변함없이 부실로 향한다.

 가서 뭔가 하는 건 없지만, 일단 가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있단 말이지. 주 5일제는 커녕 주말에 야근, 특근까지 하는 블랙기업이 따로 없는 봉사부지만 거기서 오랫동안 버틴 나는 훌륭히 사축화가 진행되고 있다.

 장하다, 히키가야 하치만!

 이대로라면 전업주부라는 꿈을 이루지도 못한 채,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어버리는 거 아냐?

 어머, 놀라워라!  유키노시타 교육의 힘인가. 

 히키니트를 위한 사회 복귀 교육 같은 이름으로 영상이라도 만들어서 팔면 떼돈을 벌 수 있을만큼 굉장한 효과다.

 사회의 톱니바퀴도 되지 못하고, 날 데려갈 마음씨 좋은 처자도 없다면 유키노시타와 협업해서 강좌라도 만드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나는 부실에 도착했다.

 최근에는 복도에서 유이가하마와 우연을 가장한 합류 뒤에, 같이 오는 흐름이 많았지만 오늘 유이가하마는 부재다.

 부재의 이유는 키우던 개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가야해서.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나도 다음엔 카마쿠라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서 빠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누가 뭐래도 유키노시타라면 인정해줄 핑계라고 나는 확신한다.

 걱정이 지나쳐서 병원도 같이 가겠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부실 문을 열었다.

 여느 때와 같은 자리에서, 언제봐도 올곧게 앉은 자세로 유키노시타가 책을 읽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내 자리에 앉았다.

 

 "유이가하마는 오늘 못 온 댄다. 이미 들었겠지만."

 "그래. 오늘은 둘이구나."

 

 유키노시타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어차피 달리 나눌 이야기도 없다. 적당히 책이나 읽다가 돌아가야지, 라고 생각하며 책을 주섬주섬 꺼내다가 문득 유키노시타를 봤다.

 길게 찰랑거리는 윤기있는 검은 머리.

 곧은 자세. 도자기같은 얼굴. 

 책장을 넘기는 가느다란 손가락. 

 언제나의 유키노시타다.

 언제나의 유키노시타이긴한데…….


 "……?"

 

 이상한 느낌이군 그래.

 뭐가 이상하냐고 물어본다면, '하하,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대답할 도리밖에 없지만, 무언가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진화해서 하루노시타 하루노가 되어버렸어도, 나랑은 관계 없는 일이다.

 

 "아무리 내가 예쁘다고 하지만,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줄래? 무심코 신고해버릴 것 같잖니."

 "아."

 "왜 그러니?"


 아, 아.

 이 느낌. 확실히 매도하는 부분의 본질은 유키노시타였지만. 

 이 느낌은 굉장히 오랜만이라고 느꼈다. 별 다를 것 없는 한 마디지만. 방금의 유키노시타의 말은 상당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어쨌든, 본인 입으로 저런 소리를 한 적은 그 때 이후로 없었으니까.

 아니,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왔던 적은 없었다. 

 하루노시타로 진화한 게 아니라, 정말로 봄 시절로 돌아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네.


 "야, 유키노시타. 너 뭔가 있냐?"

 "뭐라니, 알기 쉽게 말하지 않으면 대답하기 힘든데."

 "아니, 뭐랄까, 굉장히 이상한 소리이긴 하다만, 뭔가 처음 만났을 때의 너를 보는 것 같은……."

 

 내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덜커덩- 덜컹- 하는 굉장한 소음과 함께 유키노시타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뭐, 뭐죠. 갑자기 저렇게 반응을 해버리면 하치만, 무서워서, 지려버려!


 "다시 한 번 말해보겠니? 방금 뭐라고 했지?"

 "아, 아니, 처음 봤을 때의 너 같다고……."

 

 다시 우당탕탕- 하는 엄청난 소음과 함께 이번에는 뒤쪽에 쌓아놓은 의자와 책상이 쓰러졌다.

 우와, 유키노시타가 폴터 가이스트까지 일으켰나.

 라고 놀라고 있는데, 거기서 나타난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유, 유, 유키노시타!?"

 "이 승부는 내 승리라고 봐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태연히 나타난 유키노시타(2)는 활짝 웃으며, 유키노시타(1)에게 말했다.

 무슨 상황이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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