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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 2016년 6월 29일

칼리리 2016. 6. 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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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상황이야?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이건 절찬리 성공이다. 그러니까 빨리 몰래 카메라든 뭐든 얼른 밝혀주라고!

 유키노시타가 두 명이면 내 수명을 앗아가는 매도도 두 명분이라는 소리다.

 

 "…… 뭔가 굉장히 불쾌한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자중해주겠니? 히키가야 군."

 "그래. 같은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이미 한계니까 말이야."

 

 유키노시타(1)와 유키노시타(2)가 동일한 어조로 그렇게 말한다. 무섭다. 무서워서 나는 견딜 수가 없다…….


 "어떻게 된거야? 무슨 상황이냐고, 이건. 이과 누나인 하루노 씨의 음모냐?"

 

 내 말에 유키노시타(2)…… 그니까 나중에 등장한 유키노시타가 말했다.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지만…… 우리도 잘 상황을 모르는 상태야."

 

 그리고 이어서 유키노시타(1)이 말을 받는다. 


 "그보다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설마 썩은 눈 밖에 없는 남자한테 그런 눈썰미가 있을 줄이야. 놀랐어."
 "그건 동의하지만, 그 외에도 쓸모가 많은 남자란다. 썩은 눈이 전부는 아니야."

 "그래? 흐음."


 둘이서 그렇게 떠들더니, 유키노시타(1)이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기본적으로 둘은 둘 다 동복을 입은 상태지만, 뭐랄까, 풍기는 분위기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어쨌든. 어떻게 안거니? 히키가야 군. 사실 우리 둘은 네가 우리를 구별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내기를 했거든. 나는 구분할 수 있다에 걸었고, 그녀는 아닌 쪽에 걸었지."

 "그렇게 물어도 말이지. 그냥 느낌이 그랬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겠는데. 뭐, 지금 말한 네 쪽이 더 친숙한 건 알겠다."

 

 정말로 그렇다.

 지금도 대충 구분은 되지만, 뭐가 다른지 콕 집어서 설명을 하기가 어렵다.

 내 말에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니,


 "그렇구나. 1년 동안이나 같이 지냈으니까 말이지. 알아보는 건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어딘가 뿌듯한 느낌이 드는 어조로 그렇게 말한다.

 뿌듯할 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알아보는 것도 알아보는 거지만, 난 이 남자랑 1년 동안 부활동을 같이 했다는 게 더 신기하네. 금방 나갈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자의는 아니었다.

 지금은……. 뭐,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역시 그거지?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사람하고 같이 있을 부활동 같은 건 없으니까 말이야. 나한테 반한거지?"


 유키노시타(1)이 우후후 웃으며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2)가 고개를 책상에 박는다.

 아아, 그래. 이 느낌.

 유키노시타는 원래 이런 애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넘쳤고, 나쁘게 말하면 자의식이 과잉되다 못 해 넘치는 스타일이었다.

 전부 사실에 기반한 게 놀라운 일이어서 당시엔 그냥 머릿속이 꽃밭이구나, 하고 넘어갔었지만. 언젠가부터 저런 소리는 안하게 됐지. 

 

 "어이, 그 정도로 해둬. 저쪽 유키노시타가 엄청 부끄러워하잖아."

 "이상하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데 부끄러울 일이 뭐가 있어?"


 그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자신감은 유이가하마나 토츠카나 그 즈음 어딘가로 희석시켜서 전수해주고 싶은 기능이다.

 유키노시타(2)는 이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아마 얼굴도 빨개져 있겠지.

 

 "뭐, 예쁜 건 알겠다만 그 쯤 해둬. 그보다 네가 유키노시타가 정말 맞냐? 그것도 학기 초의?"

 "물론이야. 정확히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끌려온 네가 두 번 정도 부실에 나왔을 시점이려나. 여기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 앞에 이쪽 유키노가 보였어."

 "마, 맞아. 지리멸렬하지만 나도 그렇게 밖에 설명해줄 수 없겠구나."


 충격으로부터 복귀한 유키노시타(2)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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