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한 패배였다. 완벽한 승리였을 계획은, 마지막 순간에 배신했고, 나는 승자에서 패배로 떨어져 버렸다. 계약에 대한 일방적 파기. 그 결과로 나는 포로 신세가 되었고, 교제는 인질, 교국은 말 그대로 왕국의 먹잇감이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내 혼약자인 리스 왕녀가 재상의 위를 받게 되겠지만……. 리스 왕녀는 본디 왕국의 후계자. 권한을 얻자 마자 왕국과 연합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단 한 순간의 실패로 교국의 운명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 오늘도 변함없이 부실로 향한다. 가서 뭔가 하는 건 없지만, 일단 가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있단 말이지. 주 5일제는 커녕 주말에 야근, 특근까지 하는 블랙기업이 따로 없는 봉사부지만 거기서 오랫동안 버틴 나는 훌륭히 사축화가 진행되고 있다. 장하다, 히키가야 하치만! 이대로라면 전업주부라는 꿈을 이루지도 못한 채,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어버리는 거 아냐? 어머, 놀라워라! 유키노시타 교육의 힘인가. 히키니트를 위한 사회 복귀 교육 같은 이름으로 영상이라도 만들어서 팔면 떼돈을 벌 수 있을만큼 굉장한 효과다. 사회의 톱니바퀴도 되지 못하고, 날 데려갈 마음씨 좋은 처자도 없다면 유키노시타와 협업해서 강좌라도 만드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나는 부실에 도착했다.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