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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월 28일

칼리리 2016. 12. 2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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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골목길을 걸어간다.

 없던 건물이 생기거나, 흙벽이 돌벽으로 바뀌거나 하는 변화가 있긴 했지만, 길을 새로 내거나 하진 않아서인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기억 속의 모습과 똑같은 허름한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시간이 그렇게나 많이 흘렀는데도, 이 정도의 허름함을 유지시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텐데.

 뭐, 그녀가 하는 일이니, 적당한 마법이라도 걸어놨겠지만.

 짤랑대는 종소리를 들으며 문을 연다.


 "……어서오세요. 마법도구는 이쪽, 간편 주문서는 저쪽, 매입은 당분간은……."

 

 유리 전시장 너머의 의자에서, 그녀가 기계적으로 말하다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여전한 졸린 목소리. 여전한 물빛 눈동자. 여전한 양갈래 머리.

 모든 게 변해가는 시간에서 변하지 않고 기억 속의 모습을 유지해주는 대상이 있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가.

 나는, 무심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을 눌러 참으며,

 준비했던 대사를 읊었다.


 "오랜만이네. 여전히 예쁘……"이 나쁜 자식아!!""

 

 ……읊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전시장을 넘어 내게 그녀가 달려든다.

 

 "너, 너, 며, 몇 년인줄 알아? 몇 년인줄 아냐고!"

 "어, 응. 미안. 너무 오래……."

 

 미안한 마음을 가득 품고 말하려던 대사는 가슴을 두들기는 주먹에 멈춘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얼마나! 얼마나!!!"

 "……."

 

 울음 섞인 소리를 내지르며 가슴을 두들기는 주먹에 나는 돌려줄 말이 없어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몇 년. 몇 년일까.

 그 사이에 나라가 두 개 멸망하고, 대륙이 세 개로 늘었으며, 왕이 다섯 번 바뀌었다. 


 "나, 나쁜 자식…… 흑, 연락도, 하, 한 번도 안하고, 어떠, 떻게 그럴 수가, 흐끅, 있어!"

 "……."

 "뭐라도 마, 말이라도 해해보란 말이야! 다 잠들어 버리고, 흑, 나, 나는 도대체 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몰라서, 흑……."

 "미안해, 정말로. 빨리 찾아오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그런가.

 다 잠들어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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