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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월 7일 본문
-
마침 딱 5주년이었기에, 나는 좋은 기회다 싶어 과거의 그녀들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상처를 후벼파내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5년이나 지난 지금, 과거는 잊고 본인들의 삶을 살고있을지.
아니면, 아직도 그녀들을 버리고 떠나간 그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고 있을지.
"어디부터 갈거야?"
"따라오려고?"
집을 나서고 있는데, 신리가 붙어서 쫓아온다.
방에서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재밌어 보이니까 따라가려고."
"재미라니, 너."
한마디할까 싶었는데, 까놓고 생각하니 나도 재미를 위해서 찾아가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뭐, 괜찮겠지."
"어디부터 갈거야?"
"아까부터 그것만 말하네."
"응."
응은 뭐야, 응은.
처음이라.
어디부터 갈지 딱히 정하고 집을 나선 건 아니었지만, 처음, 이라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모습이 있었다.
"……노랑이부터 갈까."
신리를 슬쩍 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은, 용사를 찾아 이세계에서 넘어온 금빛의 공주님이다.
1. 용사에게 차인 금빛의 '전' 공주님 A양의 경우.
"어, 음, 신원보호를 위해 일단 A양이라는 가명을 쓰도록 하자. 신리도 그렇게 불러. 괜찮지?"
"응."
"좋아."
신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A양. 미스테리하면서도 뭔가 범죄적인 느낌을 받게 하는 좋은 단어다.
"좋긴 뭐가 좋아! 갑자기 찾아와서는 뭘 하나 했더니……."
"잊혀진 여자가 아직도 과거에 매달려 있는지를 확인하는 취재활동의 일환이야."
"……잊혀진 여자라니, 너, 여전히 말이 심하네. 뭐, 사실이지만……."
급격하게 시무룩해진 A양을 무시하고, 나는 집을 둘러본다.
'전'이 붙지만, 명색이 공주님이었던 A양은 교외의 한적한 곳에 단독주택을 구입해서 살고 있다.
다락방까지 합하면 층수는 3층이나 되고, 집 앞에는 대형견이 뛰어놀아도 충분한 마당까지 구비된 그림으로 그린 듯한 단독주택이다.
본인이 내게 약 6년 전에 말했던 계획으로는 이런 집에서 윤과, 윤과 그녀의 아이들과, 품종이야 어찌됐든 대형견을 하나 키우면서 즐겁게 살 고 있어야 했는데…….
보면 알다시피, 윤도, 윤의 아이도, 하다못해 개도 없이 쓸쓸히 혼자 살고 있다.
"개라도 키우지 그랬냐. 집이 너무 쓸쓸해보이네."
"쓸쓸하지 않거든? 혼자서 재밌게 지내는 중이니까 걱정말아. 얼마 전엔 새로나온 게임기도 샀다고."
조금 자랑스럽게 TV 앞에 놓여진 게임기를 가리킨다.
원래 게임 같은 건 하지도 않았잖아, 라는 감상은 A양을 위해 꺼내지 않는다.
"원래 게임 같은 건 안했잖아."
"……."
"……신리. 잠깐 그걸로 놀고 있어봐."
신리의 별 생각없는 말에 또 심대한 충격을 받아 시무룩해진 A양을 다독이면서, 신리에게 말한다.
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속히 TV를 켜서 게임기를 조작한다.
저 녀석도 원래 게임 같은 건 안했을텐데. 지나치게 능숙한 조작에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너희들을 상대하면 정말로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아."
"너희'들'이 아니라 신리겠지. 그 부분은 똑바로 하자."
신리가 메인 화면에서 얼마 전에 새로 나온 명작 RPG를 고르고 시작하는 게 보인다.
평도 좋고, 나도 재밌게 하는 게임이다. 의외로 제대로 된 게임을 하고있잖아, 이녀석.
타이틀 화면에서 주저없이 이어하기를 누른다.
그리고 세이브 데이터에서 보이는 플레이 타임이…… 야, 300시간이 넘잖아!
"……왜, 왜?"
내가 화면을 보고 놀란 걸 알아챘는지, 허둥지둥하며 게임 화면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냐, 앞으로는 좀 자주 오도록 할게."
명색이 공주라는 칭호를 가졌던 사람이, 매번 게임이나 하면서 집에 쳐박혀 지내는 건 너무나도 서글프다.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조금은 사람도 만나고 바깥도 돌아다니고 해야지.
발매한 지 한 달도 안 된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300시간이 넘는 건 정말 너무했다.
"그, 하다보니 조금 재밌어서, 어쩌다보니……."
누가봐도 변명인 말을 하면서 A양이 말을 흐린다.
"뭐, 좋아. 현실이 괴로우면 게임으로 도피한다, 좋은 방법이야. 응, 나쁘지 않아."
"도, 도피가 아니거든! 집에 있어도 할 게 없는데, 나가기는 싫고, 사람들 만나는 건 더 싫고, 그, 그런데 네가 자주 게임 하던 게 생각나서, 그, 시작하니까 재밌어서……. 그래서 조금 몰입해서 했을뿐이야!"
훌륭한 현실도피다.
"어쨌든 잘 살고는 있는 모양이네. 다른 애들은 간간히 얼굴은 봤었는데, 너는 전혀 보지를 못했잖아. 걱정했다고."
"으응, 미안. 어쩐지 만나기가 조금 그래서……."
A양이 갑자기 얌전한 태도로 그렇게 말한다.
사실, 언제든지 보려면 볼 수는 있었다.
이렇게 불쑥 찾아올 수 있을만큼,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였고.
다만, 윤과 가장 처음으로 만났고, 윤에게 가장 많은 호의를 보냈고, 5년 전에 가장 슬퍼하던 그녀였기에, 그런 모습을 보기 싫어서 일부러 찾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요새는 어때?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응, 뭐, 거의 다 없어졌다고 해야하려나."
A양이 쓴웃음을 짓는다. 예쁜 얼굴이다, 라고 생각한다.
어느 새, 그런 쓴웃음이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것이다.
'용사'였던 윤과 함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웠던 당시, '황금의 공주'라 불리던 그녀는 십대. 지금은 벌써 이십대 중반이다.
이명과 함께 사랑은 잃었지만, 나이를 먹은만큼 훨씬 성숙해보인다.
"그, 유, 윤은 어때? 잘 살고 있어?"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윤이라.
그녀석은 조금 과도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나 저러나, 주인공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석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지금도 달려가고 있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녀석이 선택하지 않은 여러 명의 '히로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언제나 전력으로, 온 힘을 다해 '지금'의 행복을 구가하며, 앞으로의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뭐, 그런 느낌으로 벌써 결혼 5년차다.
소꿉친구이자,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부인은 여전히 아름답고, 언제까지 신혼인 것 마냥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언젠가 폭발해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가감없이 A양에게 전달했다.
"아, 애는 아직 없어. 나이가 나이인만큼, 신혼을 더 즐기고 싶다나."
"그, 그래. 그거, 다행인가?"
A양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말한다.
A양의 마음은 잘 안다. 애를 낳으면 여러모로 끝장인 느낌이지.
이미 지금도 반격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
"난 솔직히 윤이 널 고를 줄 알았는데."
"거짓말하지 마."
나를 쏘아보면서 강하게 말하기 시작한 것 치고는, 뒤에 이어지는 '……누가봐도 윤은 그녀석을 고를 것 같았어'는 허약하기 그지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윤이 직접 고르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도 몰랐다'가 정답이 아니었으려나.
그 중에서 나는 A양이 확률이 제일 높았다고 생각한 것뿐.
나는 아직도 윤이 왜 그녀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정확히는,
왜 A양을 선택하지 않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게 맞겠지만.
"야, 노랑이."
"……뭐야, 그건. 또 오랜만이네."
A양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나는 TV에 빨려들어갈 듯, 게임을 하고 있는 신리를 잠시 지켜보다가,
"이 세계에 온 걸 후회하거나 하진 않냐?"
그렇게 물었다.
"으응, 어떨까."
"……."
"싸움은 괴롭고, 윤은 둔감하고, 슬픈 일도 많았지만, 재밌고 즐거웠다고 생각해. 윤과 만났고, 너랑도 만났고, 다른 애들과도 많이 만났으니까……. 5년 전에 그렇게 되고는,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네가 믿을지 어떨지 몰라도, 난 지금 정말 잘 지내고 있어."
그렇게 담담히 말하고는, 웃으며 '봐봐, 원래 세계엔 플O이스테이션 같은 건 없잖아?'라고 덧붙인다.
"그렇지. 없지."
확실히 없다.
"그렇지? 윤이 없으면 당장 다음 날이라도 죽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사람은 살아가게 되는 법이더라."
"플레O스테이션의 힘을 빌어서?"
"꼭 그것만은 아니지만."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 신리를 A양이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다.
"고마워."
"……뭐가?"
"걱정해줘서 온 거잖아? 너무 늦게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야."
그런가. 너무 늦게 왔나.
"실연의 아픔을 이기는 데 5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던 거야."
"본인 경험을 토대로 나온 수치야?"
"글쎄."
내 경우는 아직 현재 진행이지만, 곧 죽어도 그런 걸 입 밖에 내고 싶진 않다.
내 대답을 듣고는 A양이 한숨을 푹 내쉰다.
"하아, 너도 참, 5년 만에 보는 건데 전-혀 변함이 없네. 여전히, 뭘 생각하는 지 알 수가 없는 사람."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잖아."
"그래, 그래. 덕분에 5년이나 지났다는 게 믿기질 않네."
반면에, 넌 조금 변했다.
나는 그 말을 일부러 꺼내지 않았다.
본인도, 본인이 변한 걸 알고 있을테니까.
변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그래서,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오지만, 정말로 무슨 일로 찾아온거야? 아니, 뭐어, 온 건 고맙고, 와서 기쁘기도 하지만."
A양이 조금 쑥쓰럽다는 듯이 말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어. 정말 단순하게, 5년이나 지났으니까 잘 살고 있나 들러본 것 뿐이야.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의 일환이지."
"정말로?"
"정말로."
"흐응,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신리까지 대동해서 나를 찾아왔다고?"
아,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아가씨.
게다가 조금 얌전해졌나 싶었더니, 예전의 그 성격이 나오는 것 같다.
"일단, 말해두지만 신리는 멋대로 쫓아온 거야."
"그래?"
"그래. 그리고 노랑이, 너를 가장 처음에 찾아왔을 뿐이지, 너'만' 얼굴을 보러 온 건 아니니까, 자의식 과잉은 그만둬."
"자, 자……!"
너무나도 얼토당토 없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한 채 뻐끔거리며 입만 움직인다.
그러더니 새하얀 얼굴이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예전에 놀림을 당했을 때 자주보던 광경이다. 여전히 귀엽네.
"뭐, 그건 그렇고, 슬슬 가볼까."
"……으으, 또 이렇게……!"
화낼 타이밍을 놓치고, 얼굴을 새빨갛게 한 채 A양이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 정도 기력이 있으면 됐겠지.
"야, 신리. 그만하고 일어나. 다음으로 가자."
"다음?"
눈은 TV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고개만 갸웃거리며 말한다.
아까 어디부터 갈 거야, 어디부터 갈 거야, 시끄럽던 녀석이.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이제 진정이 됐는지, 조금은 차분해진 얼굴로 A양이 그렇게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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