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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월 5일 본문
-
마침 딱 5주년이었기에, 나는 좋은 기회다 싶어 과거의 그녀들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상처를 후벼파내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5년이나 지났으니, 과거는 잊고 본인들의 삶을 살아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주인공이었던 윤의 옆에서 뒷바라지를 했던 내가 그걸 바라고 있다.
"어디부터 갈거야?"
"따라오려고?"
집을 나서는 신리가 붙어서 쫓아온다.
방에서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재밌어 보이니까 따라가려고."
"재미라니, 너."
한마디할까 싶었는데, 까놓고 생각하니 나도 재미를 위해서 찾아가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뭐, 괜찮겠지."
"어디부터 갈거야?"
"아까부터 그것만 말하는구나, 너."
"응."
응은 뭐야, 응은.
처음이라.
처음에 어디갈지 딱히 정하고 집을 나선 건 아니었지만, 처음, 이라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모습이 있었다.
"……노랑이부터 갈까."
신리를 슬쩍 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은, 용사를 찾아 이세계에서 넘어온 금빛의 공주님이다.
1. 용사에게 차인 금빛의 '전' 공주님 A양의 경우.
"어, 음, 신원보호를 위해 일단 A양이라는 가명을 쓰도록 하자. 신리도 그렇게 불러. 괜찮지?"
"응."
"좋아."
A양. 미스테리하면서도 뭔가 범죄적인 느낌을 받게 하는 좋은 단어다.
"좋긴 뭐가 좋아!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뭘 하나 했더니……."
"잊혀진 여자가 아직도 과거에 매달려 있는지를 확인하는 취재활동의 일환이야."
"……잊혀진 여자라니, 너, 여전히 말이 심하네. 뭐, 사실이지만……."
급격하게 시무룩해진 A양을 무시하고, 나는 집을 둘러본다.
'전'이 붙지만, 명색이 공주님이었던 A양은 교외의 한적한 곳에 단독주택을 구입해서 살고 있다.
다락방까지 합하면 층수는 3층이나 되고, 집 앞에는 대형견이 뛰어놀아도 충분한 마당까지 구비된 그림으로 그린 듯한 단독주택이다.
본인이 내게 약 6년 전에 말했던 계획으로는 이런 집에서 윤과, 윤과 그녀의 아이들과, 품종이야 어찌됐든 대형견을 하나 키우면서 즐겁게 살 고 있어야 했지만,
보면 알다시피, 윤도, 윤의 아이도, 하다못해 개도 없이 쓸쓸히 혼자 살고 있다.
"개라도 키우지 그랬냐. 집이 너무 쓸쓸해보이네."
"쓸쓸하지 않거든? 혼자서 재밌게 지내는 중이니까 걱정말아. 얼마 전엔 새로나온 게임기도 샀다고."
조금 자랑스럽게 TV 앞에 놓여진 게임기를 가리킨다.
원래 게임 같은 건 하지도 않았잖아, 라는 감상은 A양을 위해 꺼내지 않는다.
"원래 게임 같은 건 안했잖아."
"……."
"……신리. 잠깐 그걸로 놀고 있어봐."
신리의 별 생각없는 말에 또 심대한 충격을 받아 시무룩해진 A양을 다독이면서, 신리에게 말한다.
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속히 TV를 켜서 게임기를 조작한다.
저 녀석도 원래 게임 같은 건 안했을텐데. 지나치게 능숙한 조작에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너희들을 상대하면 정말로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아."
"너희'들'이 아니라 신리겠지. 그 부분은 똑바로 하자."
신리가 메인 화면에서 얼마 전에 새로 나온 명작 RPG를 고르고 시작하는 게 보인다.
평도 좋고, 나도 재밌게 하는 게임이다. 의외로 제대로 된 게임을 고르잖아, 이녀석.
타이틀 화면에서 주저없이 이어하기를 누른다.
그리고 세이브 데이터에서 보이는 플레이 타임이…… 야, 300시간이 넘잖아!
"……왜, 왜?"
내가 화면을 보고 놀란 걸 알아챘는지, 허둥지둥하며 게임 화면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냐, 앞으로는 좀 자주 오도록 할게."
명색이 공주라는 칭호를 가졌던 사람이, 매번 게임이나 하면서 집에 쳐박혀 지내는 건 너무나도 서글프다.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조금은 사람도 만나고 바깥도 돌아다니고 해야지.
발매한 지 한 달도 안 된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300시간이 넘는 건 정말 너무했다.
"그, 하다보니 조금 재밌어서, 어쩌다보니……."
누가봐도 변명인 말을 하면서 A양이 말을 흐린다.
"뭐, 좋아. 현실이 괴로우면 게임으로 도피한다, 좋은 방법이야. 응, 나쁘지 않아."
"도, 도피가 아니거든! 집에 있어도 할 게 없는데, 나가기는 싫고, 사람들 만나는 건 더 싫고, 그, 그런데 네가 자주 게임 하던 게 생각나서, 그, 시작하니까 재밌어서……. 그래서 조금 몰입해서 했을뿐이야!"
훌륭한 현실도피다.
"어쨌든 잘 살고는 있는 모양이네. 다른 애들은 간간히 얼굴은 봤었지만, 너는 전혀 보지를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으응, 미안. 어쩐지 만나기가 조금 그래서……."
A양이 갑자기 얌전한 태도로 그렇게 말한다.
사실, 언제든지 보려면 볼 수는 있었다.
이렇게 불쑥 찾아올 수 있을만큼,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였고.
다만, 윤과 가장 처음으로 만났고, 윤에게 가장 많은 호의를 보냈고, 5년 전에 가장 슬퍼하던 그녀였기에, 그런 모습을 보기 싫어서 일부러 찾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요새는 어때?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응, 뭐, 거의 다 없어졌다고 해야하려나."
A양이 쓴웃음을 짓는다. 예쁜 얼굴이다, 라고 생각한다.
어느 새, 그런 쓴웃음이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것이다.
'용사'였던 윤과 함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웠던 당시, '황금의 공주'라 불리던 그녀는 십대였지만, 지금은 벌써 이십대 중반이다.
이명과 함께 사랑은 잃었지만, 나이를 먹은만큼 훨씬 성숙해보인다.
"그, 유, 윤은 어때? 잘 살고 있어?"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윤이라.
그녀석은 조금 과도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나 저러나, 주인공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석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지금도 달려가고 있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녀석이 선택하지 않은 여러 명의 '히로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언제나 전력으로, 온 힘을 다해 '지금'의 행복을 구가하며, 앞으로의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뭐, 그런 느낌으로 벌써 결혼 5년차다.
소꿉친구이자,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부인은 여전히 아름답고, 언제까지 신혼인 것 마냥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언젠가 폭발해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가감없이 A양에게 전달했다.
"아, 애는 아직 없어. 나이가 나이인만큼, 신혼을 더 즐기고 싶다나."
"그, 그래. 그거 다, 행인가?"
A양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말한다.
A양의 마음은 잘 안다. 애를 낳으면 여러모로 끝장인 느낌이다.
뭐, 이미 지금도 반격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시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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