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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이야 본문
- 오랜만이야
띵동, 하는 벨소리가 울리고 '누구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기운찬 건 아니어도, 우울하지도 않은 평범한 소리에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누구세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뭐로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나야.'라고만 말했다.
인터폰 너머로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현관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온다. 5년만에 본 그녀는 건강해보였다. 알기쉽게 우울하거나 한 모습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의 활기찬 분위기는 역시나 사라졌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보러 온 보람이 있었다.
"……오랜만이야."
"응, 오랜만이네."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 뒤, 그녀의 안내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5년 전에 그 일이 있던 후에, 그녀는 소망대로 널찍한 정원이 달린 단독주택을 구입해서 여태까지 혼자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전체적으로 삭막한 인상이다. 필요 최저한의 가구만 보인다, 역시 아직은 회복이 덜 된 상태인가……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생활감이 물씬 풍기는 거실이 나왔다.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TV에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널려져 있는 각종 게임기, 게임 소프트, 책자, 컨트롤러가 보인다.
무심코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노골적으로 시선을 피한 채로 엄한 곳을 보고 있었다.
뭐, 좋은 현상이다. 뭐라도 전념할만한 게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래서, 플레O스테이션은 재밌어?"
"그걸 물어보는 거야!? 방금은 완벽하게 못 본 척하고 넘겨주는 흐름이었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날카롭게 되받아친 그녀는, 이내 머리를 부여잡고, '아아, 애써 조성한 청초한 분위기가아아…….'하고 중얼거린다.
예전부터 겉모습에 비하면 허당인 경향이 있었는데, 5년이 지나도 변함은 없는 모양이다.
그런 그녀를 따뜻한 눈길로 한동안 바라보는 동안, 그녀는 마음을 추스렸는지, 다시 새침한 표정으로 되돌아가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이야."
"다시 시작하는 거냐?"
"오랜만이야."
"처음부터 굳이 다시 해야하는 거야?"
"오랜만이야."
"……."
기계적으로 인사를 반복하는 그녀에게 진 나는 '응, 오랜만이네.'라고 되돌려줬다.
"무슨 일로 온거야?
"버림받은 여자가 아직도 과거에 매달려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생존확인이야. 5년이나 지났으니까."
"버림받은 여자라니, 너, 여전히 말이 심하네. 뭐, 사실이지만……."
소파 위에 널려있는 소프트를 적당히 치우고 앉는다. 그녀도 냉장고에서 탄산음료를 꺼내서 하나 놓더니, 옆자리에 앉는다.
"이런 거만 마시면 살찐다, 너."
"잘 보일 남자도 없잖아. 괜찮아."
태연하게 그렇게 말한다.
그렇군.
"요샌 어때?"
"……응, 뭐, 거의 다 없어졌어. 5년이나 지났으니까."
그녀가 쓴웃음을 짓는다. 예전에는 전혀 짓지 않던 표정인데도 꽤나 잘 어울린다.
'용사'와 함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웠던 당시, '황금의 공주'라 불리던 그녀는 십대. 지금은 벌써 이십대 중반이다.
이명과 함께 사랑도 잃은 그녀는, 나이를 먹은만큼 훨씬 성숙해보인다.
"윤은, 어때? 잘 살고 있어?"
조심스럽게, 그녀쪽에서 먼저 물어왔다.
윤이라.
모든 일의 원흉인 그자식은 조금 과도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나 저러나 주인공의 삶을 살고 있는 윤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지금도 달려가고 있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녀석이 선택하지 않은 여러 명의 '히로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언제나 전력으로, 온 힘을 다해 '지금'의 행복을 구가하며, 앞으로의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뭐, 그런 느낌으로 5년차가 되는 결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소꿉친구이자, 여자친구였던 그녀석의 부인은 여전히 아름답고, 언제까지 신혼인 것 마냥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언젠가 폭발해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가감없이 그녀에게 전달했다.
"아, 애는 아직 없어. 나이가 나이인만큼, 신혼을 더 즐기고 싶다나."
"그, 그래.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약간 굳은 얼굴로 내 이야기를 듣던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마음은 잘 알고 있다. 애까지 낳으면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가버린 느낌이지.
사실 이미 지금도 반격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
"뭐, 가슴 아픈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사실은 아까까지만 해도 반송장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윤이 없으면 당장 다음 날이라도 죽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사람은 살아가게 되는 법이더라."
"플레O스테이션의 힘을 빌어서?"
"꼭 그 것만은 아니지만."
그녀는 눈을 흘기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말한다.
"적어도 당시보다는 다양한 것들을 보고, 즐기면서 지내고 있는 건 분명해."
"그래."
다행이다. 정말로.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간 침묵이 흘렀을 때, 나는 문득 5년 전에 묻고 싶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야, 노랑이."
"……뭐야, 그건. 또 오랜만이네."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이 세계에 온 걸 후회하거나 하진 않냐?"
"으응, 어떨까."
내 물음에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당시에, 싸움은 정말 괴로웠어. 윤도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둔감하고, 그 외에도 슬픈 일이 많았지만, 재밌고 즐거웠다고 생각해. 윤과 만났고, 너랑도 만났고, 다른 애들과도 많이 만났으니까. ……5년 전에 그렇게 되고는,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네가 믿을지 어떨진 몰라도, 난 지금 정말 잘 지내고 있어. 이 세계에 온 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담담히 말하고는, 웃으며 '봐봐, 원래 세계엔 플레O스테이션 같은 건 없잖아?'라고 덧붙인다.
"그렇네. 확실히 없지."
"그렇지? 아무튼, 난 괜찮아. 다가올 날들은 지나간 날들보다는 더 편할테니까. 그리고……."
"그리고?"
"고마워."
"……뭐가?"
"걱정해줘서 온 거잖아? 너무 늦게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야."
장난스레 내뱉은 그녀의 말에 나는 미안한 감정이 뭉클 들었다.
그녀를 비롯해서 다른 애들까지. 몇 번을 찾아가 보자고 생각을 했으면서도, 실천에 옮기기까지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우유부단함은 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나한테 옮겨진 모양이다.
"실연의 아픔을 이기는 데 5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던 거야."
"본인 경험을 토대로 나온 수치야?"
"글쎄."
내 경우는 아직 현재 진행중이다. 하지만 곧 죽어도 그런 걸 입에 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대충 얼버무린다.
내 대답을 듣고는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쉰다.
"너도 참, 5년 만에 보는 건데 전혀 변함이 없네. 여전히 뭘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는 사람 그대로잖아."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뀔리가 없잖아."
"그래, 그래. 덕분에 5년이나 지났다는 게 믿기질 않네."
반면에, 넌 조금 변했다. ……나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본인도 본인이 변한 걸 알고 있을테니까. 변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그래서,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오지만, 정말로 무슨 일로 찾아온거야? 정말로 생존확인인거야? 아니, 뭐어, 온 건 고맙고, 와줘서 기쁘기도 한데."
그녀가 조금 쑥쓰럽다는 듯 말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어. 정말 단순하게, 5년이나 지났으니까 잘 살고 있나 들러본 것 뿐이야. 조금 더 일찍 올 수 있었으면 좋았는데."
결심이 부족했다. 5년 전, 식이 끝난 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죽여 울고 있던 그녀들의 모습이 뇌리에 남아있어서, 그 모습을 다시 볼까봐 두려워서, 결심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버렸다.
이렇게 찾아와서,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 나는 어떤 종류의 구원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랜 죄가 씻기는 것 같은 느낌.
……이런 자질구레한 속내는 머릿속에만 담아둔다.
"정말이야?"
"정말로."
"흐응,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굳이, 나를 찾아왔다고?"
아하.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꺼내나 싶었더니, 아무래도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몰고 싶은가본데.
조금 얌전해졌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온갖 방향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예전의 그 성격은 여전한 것 같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도 말해줄리가 없잖아."
"이, 있긴 있는 거야?"
"말은 안해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노랑이, 너를 가장 먼저 찾아왔을 뿐이지, 너'만' 얼굴을 보러 온 건 아니니까, 그런 방향의 자의식 과잉은 그만둬."
"자, 자, 자의식, 과, 과잉……!?"
너무나도 얼토당토 없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린다.
그러더니 새하얀 얼굴이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뭔가 그리운 광경이다. 예전에 놀림을 당했을 때 자주 보이던 얼굴이다. 뭐, 주로 내가 놀렸지만.
여전히 귀여운 반응이다.
"뭐, 그건 그렇고, 슬슬 가볼까."
"앗, 자, 잠깐만! 제대로 해명을 하게 해달란 말이야!"
"아무래도 좋잖아, 그런건. 예전에 종종 했던 놀림의 일환이니까 잊어버려."
"으으……."
무언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불평을 쏟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머리를 한차례 붕붕 돌리고는,
"이제 어디로 갈 거야?"
"글쎄. 돌기는 전부 돌건데, 어디를 먼저 갈지는 안정했네. 추천할만한 곳이라도 있어?"
"전부 돌 거면, 걔 좀 어떻게 해줘……. 밤에 갑자기 불쑥 찾아오면 놀란단 말이야."
걔?
아, 아아.
그녀석인가.
……나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왔다.
"……그녀석한테는 갈 예정이 없었는데."
"어째서? 네 말대로라면 걔도 버림받은 여자잖아."
"본인이 그 말을 입에 올리냐."
"……흥."
뭐, '버림받은 여자' 동지끼리의 우정이라는 걸까.
사실 그녀석은 지금도 틈만나면 내 집에 찾아오기도 하고, 이리저리 좋을대로 하고 다니는 녀석인 것도 있어서, 달리 심정을 물어보고 어쩌고 할 것도 없다.
벌써 몇 번이고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뭐, 네 의향이니 먼저 가볼까. 가는 건 내 집이긴 하지만."
"너희 집? 설마 너한테 얹혀 사는 거야? 그, 그런 얘기는 안하던데."
"그럴리가 있냐. 그냥, 자주 오는 것 뿐이야. 주에 6일 정도."
"……거의 전부잖아."
"잘 때가 되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니까, 얹혀 사는 건 아니지. 보이는지 여부를 조절할 수 있어서 아주 귀찮다니까."
"여전히 걔한텐 무르네, 너. 예전에도 그런 기미가 보이긴 했지."
무르다니. 조금 아는 사람과 닮아서 냉정히 대하기가 어려운 것 뿐이다.
"그 상냥함을 다른 사람한테도 조금 더 발휘하면 좋을텐데."
그녀가 어쩐지 아쉽다는 얼굴을 하고 그렇게 말한다.
"어이, 남한테 무차별하게 상냥했던 남자에게 당한 여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야말로 사람을 무슨, 결혼 사기라도 당한 것처럼 말하지 말아줄래?"
적어도 90% 정도는 비슷하다.
"윤은 너무 다른 사람에게 상냥하게 대해줬어. 사람이 그러면 안 돼."
"그렇지만, 그 상냥함에 구해진 사람도 여러 명이잖아."
"글쎄, 어떨까."
다 안고 가지 못 할거면, 애초에 상냥하게 대해주지도 말았어야 했다.
"아무튼, 이만 가볼게. 다음에 또 놀러올테니까."
"으, 으응. 다음 번엔 미리 연락을 줘. 이런저런 준비도 필요하니까."
"무슨 준비?"
"그런 건 묻지 않는 게 예의야. 그리고 가능하면 걔한테 꼭! 꼭! 밤에 갑자기 찾아 오지 말라고 전해줘. 꼭이야!"
매달리듯 말하는 그녀를 보고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무섭나.
"꼭 전달할게."
"응. ……놀러오는 거 기다리고 있을게. 안오면 내가 놀러갈거니까 말이야."
나는 그 말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집을 나왔다.
현관을 지나면서 뒤돌아보니, 그녀는 문 밖까지 나와서 손을 좌우로 흔들며 전송하고 있다.
"리스!"
"응?"
"건강하게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녀, 리스는 내 말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였지만, 나는 굳이 그녀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살아만 있다면, 건강하게만 지낸다면, 언제든 이야기는 할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에 더할나위 없는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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