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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4월 25일

칼리리 2017. 4. 26. 00:10




 0.



 그 날. 하늘은 맑았다.

 교실에서 윤과 주변 여자애들은 여전히 왁자지껄했다.

 집으로 돌아와 잤다.


 

 다음 날. 집을 나서니 하늘은 맑다.

 공원에 정체모를 크레이터가 생겨서 소동이 일어났다.

 교실에서 윤과 여자애들은 여전히 소란스러웠고, 클래스메이트 중 몇 명은 크레이터에 관해 얘기했다.

 하교할 때 공원에서 크레이터를 구경했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주의 시작인 어느 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서니 어제와는 다르게 하늘은 쾌청했다.

 조용했을 주의 시작은 공원에 나타난 정체모를 크레이터 때문에 약간의 소동과 함께했다.

 등교길에 언뜻 보인 것에 지나지 않지만, 지역방송국까지 와있었다. 사건이 없는 동네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겠다 싶은 모양인지, 동네의 한가한 사람은 전부 모여있는 듯 굉장한 인파였다.

 교실에 도착하니, 아니나다를까, 벌써 클래스메이트 몇 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UFO의 짓이라느니, 이능력자가 싸움을 벌인 것이라느니, 군의 비밀병기라느니, 그럴듯한 소리를 늘어 놓으면서 분위기를 절찬리에 무르익게 하고 있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무도 믿지 않을 이야기지만,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문득, 교실 뒤편의 윤을 본다.

 윤은 평소의 우유부단한 모습에 걸맞지 않게 어려운 표정을 지으며 창 밖을 보고 있다. 

 곁에는 여전히 화려한 여자애들이 어울려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오늘 일어난 크레이터에 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언제나 풍문으로 듣던 연애관련의 이야기일까.

 소문과 소란의 중심이었지만, 관심에선 벗어나있던 그들이 확실하게 내 안에서 인식되었다는 걸 느꼈다.

 ……

 수업은 일찍 끝났다. 아마 그 원인미상의 크레이터가 원인이리라.

 조용한 동네에 일찍이 없던 사건이니 학생들을 일찍 보내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좋은 기회여서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공원에 들려보기로 했다.

 크레이터.

 일찍이 백 명 정도는 여유있게 수용할 수 있던 공간에는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구덩이가 놓여있었다.

 구덩이 바깥에 쳐져있는 노란색 안전띠마저 포함해, 전체가 비현실적인 공간을 구축하고 있었다. 오전보단 사람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 정도의 참상이면 구경할만하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쩐지 피곤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하는 거라곤 빈둥거리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자는 것 뿐이다.

 묘하게 뇌리에 남는 크레이터의 모습을 되새김질하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은 뒤,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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