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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 2017년 5월 3일

칼리리 2017. 5. 4. 01:05




 1. 제한하지 않는다.

 2. 되돌리지 않는다.

 3. 체념하지 않는다.



0.


 나는 그녀를 만났다.



 1.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보이 미츠 걸이라는 건, 이렇게 뭐랄까 극적이어야 하잖아?" 

 "무슨 소리야, 또."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야."


 그녀는 먹던 커피의 빨대를 들어서 휙휙 돌리더니 나를 가리킨다.


 "너, 보이."


 그리고 자신을 가리킨다.


 "나, 걸."
 "어디가 보이고, 어디가 걸이냐. 나이를 생각해라."

 "마음 속은 언제나 여자애이고 싶은 게 모든 여자들의 소망이야. 남자들은 안그래?"

 "글쎄. 남자는 소망을 따지기 이전에 커서도 애라는 소리가 있으니까."


 커서도 애.

 정말이다.

 

 "맞는 말이네. 그래서 이야기를 되돌리자면, 보이 미츠 걸이란 말이지."

 "너랑 내가?"

 "응."
 "별로 극적인 만남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극적은 커녕 무난하기 짝이없는 만남이다.

 친구의 소개를 받았으니까.

 '너희는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소개해줄게.'라고 그녀석은 그랬다.

 이른바 소개팅이라는 것으로 만난 사이다, 우리는.


 "그리고 연애적인 요소도 좀 부족하고."

 "아하하하, 그게 불만?"

 "별로."

 불만은 아니다. 비정기적으로 만나서 같이 밥이나 먹고 실없는 이야기나 하면서 보내는 이런 시간을 나는 비교적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그녀는 태풍같은 같은 성격이라, 만나서 헤어진 뒤 30분 후에 다시 만나자고 연락이 올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떨 때는 한 달 가까이 연락이 없을 때도 있다.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어느 쪽이든 나는 그녀가 하자는 건 대체로 들어주는 편이라, 혹자는 태풍에 날리는 신문지라고 나를 평하기도 한다. 그만큼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그래서? 뭐야, 갑자기. 보이 미츠 걸 같은 이야기나 하고."
 "응, 아니, 그냥 문득 생각이 들어서. 뻔하게 만났지만, 이런 식의 관계는 의외로 흔하지 않은 게 아닐까나? 싶은 그런 생각."

 "그건, 그런가."
 

 이따금 다른 사람에게 듣곤 한다. '너희 사귀는 거냐?'고.

 그 때마다 입을 맞춰,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별로 믿어주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래된 악우를 만나는 느낌으로 보고 있는데, 뭐, 흔한 관계는 아니려나.


 "어찌됐든 만났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응, 뭐, 그렇지."
 

 

 


 2.


 

 "이게 뭐야……."


 갈 수가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유리벽이라도 세워진 듯 길이 막혀있다. 아니, 유리벽이 아니다. 점액질의 무언가다.

 손을 뻗으면 어느 정도는 진행되지만, 그 이상 뻗으면 점점 딱딱해져서 이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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