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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4월 5일

칼리리 2017. 4. 5. 00:40




 "……그래서, 눈은 깼어?"

 

 그 소리는, 도시의 경적소리, 패스드푸드점의 경쾌한 벨 소리,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사람들의 대화소리에 함께 어느 순간 들려왔다.

 마치, 세계의 모든 게 방금 생긴 것 같은 이질감.

 너무나도 당혹스럽고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단지 고개를 숙였다.


 "왜 그래? 지금 잠에서 깬 것처럼."


 다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눈 앞에 모르는 여자애가 있었다.

 짙은 흑색의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누구야?"

 "누구냐니. 나 말이야?"

 

 여자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손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마치, 오랜 옛날부터 알아온 사이처럼. 

 기억을 되새겨본다.

 ……안된다. 역시 모르는 얼굴이다.

 생각에 집중하니 주변의 소음이 더욱 크게 들려왔다.

 시끄럽게 떠드는 여학생의 웃음소리. 핸드폰에 대고 고함을 치며 걸어가는 샐러리맨. 경적 소리. 주문 벨 소리. 의자를 끄는 소리. 감자튀김을 씹는 소리. 

 

 "……미안, 머리가 아파서."
 

 소음에 이기지 못하고 나는 일어섰다. 

 일어설 때 끌리는 의자 소리마저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응? 괜찮아?"


 여자애는 같이 일어서서, 걱정스러운 어조로 나를 바라본다. 진심의 걱정이 묻어나오는 말투였으나, 얼굴은 묘사하기 힘든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오한과도 같은 것을 느끼고, 만류하는 여자애의 팔을 뿌리치며 바깥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한증막 같은 열풍이 불었다. 문득 내가 입은 옷을 보니, 반소매의 여름옷이었다.

 계절은 한여름인듯, 길을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이 더위에 녹은 얼굴로 연신 부채질을 한다.

 소음은 여전히 심하고, 머리도 여전히 아팠지만, 나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되는 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가니, 불현듯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덕분에 한여름의 불볕같은 더위도 가시는 것 같아, 나는 벤치에 조금 앉았다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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