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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월 15일 본문
-
0.
'미안해. 난…… 지쳤어.'
언젠가 미래를 약속했던 여자는 그렇게 눈물지으면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떠나갔다.
'질렸다. 언젠가 해결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게 낫다고 본다. 미안하다.'
항상 등 뒤에서 같이 싸우던 동료는 그렇게 말하면서, 동면장치를 작동시키고 잠들어버렸다.
'미안해.'
'죄송해요.'
'면목없다.'
'정말 죄송합니다.'
'뒤는 부탁한다.'
소리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사죄의 뜻을 품은 말을 하며, 그들은 하나둘씩 내 옆에서 사라졌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너희는 절대로 사과할 필요가 없어.
이뤄야할 사명? 반드시 지켜야할 약속? 도달해야할 목표?
그런 건 우리에게 없다. 다만, 우리에게 남은 건 살아간다는 것 하나 뿐.
그 사실에 지쳐 결국 '자신'을 버리든지, 영원한 잠에 빠지든지, 그딴 건 내 알 바 아니다.
그러니까 사과같은 건 하지 마.
사과따위 하지말고, 눈물어린 표정을 짓지말고, 그저 웃으면서 다음에 다시 보자, 라고 해줬으면 좋았을 걸.
마지막 남은 한 사람마저 사과를 하고 동면에 드는 순간,
나는 내 사과를 받아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영원히 떠도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1.
"……."
조금 그리운 꿈을 꿨다. 벌써 몇 십, 아니, 족히 백 년 전 정도의 일이다.
동료가 있었던 시절. 목표가 있었던 시절.
그리고,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던 시절.
꿈 속에 동료가 나왔던 건 얼마만일까. 답은 낼 수 없지만, 이런 꿈을 꾸게 된 원인은 짐작이 갔다.
선반 위에 놓인 편지를 본다.
교도에서 생산되었다는 걸 나타내는 새 문양이 음각된 고급스러운 봉투와 종이. 발신인은 공란. 그리고 수신인에는 '오랜 친구에게'라고 적혀있다.
어제. 3개월만에 돌아온 교도의 거점에 놓여있던 편지였다.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지인도 늘어났지만, 그 중에서도 편지를 보내올 사이, 그것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교도의 거점에 보내올 사이면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누가 보냈을지 짐작은 갔다.
내용은 이랬다.
'그리운 친구에게. 만나고 싶습니다. 오랜 약속을 기억하신다면. 루 미그람의 탑으로.'
오랜 약속. 루 미그람의 탑.
이따금씩 단어 자체가 향수를 불러일으켜, 안타까운 기분을 들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게 있어선 '루 미그랍의 탑'도 그랬다.
교도의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는 유명한 탑. 신이 지은 탑이 아닌, 인간이 지은 탑.
내게 있어서는 약속의 장소다. 언젠가, 다시 보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 탑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의 장소.
시간의 흐름에 누구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는 잊었다. 그래도 그 장소와 약속에 대한 건 기억하고 있다.
누가 보냈든, 이런 편지를 보내온 이상 장소에는 나가야하지만.
대체 누가 보냈는 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동면에서 누군가 깨어났나? 아니, 지난 몇 백 년 간 동면에서 누군가 깨어났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 이번이 최초다.
자신을 버린 누군가에게 온 걸까. 그것도 아니다. 동면이 아닌 길을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건 ……다. 그게 벌써 100년 정도 지난 일이다. 살아있을 리가 없다.
그럼 대체 누가?
어제밤은 이런 생각이 빙글빙글 머리를 괴롭혀 제대로 잠을 이루질 못했다. 잊고 지냈던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이미 없어져버린 동료들을 떠올리다가 해가 뜰 무렵에나 잠이 들었다.
선반에 적당히 던져뒀던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가 넘어있었다.
그러고보면. 편지에 장소만 나와있지, 시간은 나와있질 않았다. 언제 만날 건지, 몇 시에 만날 건지.
편지를 보낸 사람이 정말로 동료들이라면, 시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언제 탑에서 보자고 지정을 해주면 좋았을텐데.
받아뒀던 물을 이용해 간단하게 씻고, 빵을 씹으며 조금 생각해본다.
당시, 약속을 했던 건 언제쯤이었을까.
탑이 완성된 직후. 모두가 모여서 와글와글 떠들고 있었을 때, 누군가와 나눈 소중한 약속. 누군가인지는 모르겠지만, 해가 넘어가면서 탑에 붉은 빛을 뿌리는 게 굉장히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다.
"해질녘인가."
시간을 따로 지정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쯤일 것. 나는 반쯤 확신했다.
교도의 낮은 길다.
2시, 아니 3시에 가까워지는 지금. 앞으로 적어도 4시간은 있어야 해가 지기 시작할 것이다.
교도에 돌아온 직후지만, 어쩌면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무언가 준비가 필요한다면, 그 사이에 해두는 게 좋겠지.
나는 오랜만에 가슴이 술렁이는 기분을 느끼며, 밖으로 나섰다.
루 미그람의 탑.
교제가 거주하는 왕궁의 북쪽, 멀리 내해가 바라보며 지어진 탑이다. 사백 년 전 정도에 지어진 이후로, 줄곧 이 자리에 위치해 있다.
내해 중앙에 있는 신이 만든 탑이나 다리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인간이 만든 건축물 중엔 제도에 있는 베우트 황궁 다음으로 큰 건축물로 유명해서 교도로 순례를 오는 사람들도 한 번씩은 들리는 교도의 명물이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시간. 애용하는 시계로는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나는 탑을 찾았다.
편지에서는 단지 루 미그람의 탑을 언급했을 뿐, 시간도, 정확한 위치도,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도 나와있지 않았지만, 어쩐지 탑에 가면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명물답게 순례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왕래가 많았다. 관광객들을 노린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관광객들을 노린 재주꾼들, 순례자, 호객꾼, 경비를 위한 병사들이 뒤섞여서 그야말로 혼돈 상태다.
천천히 탑 쪽으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걸어가면서, 찾던 사람이 있는 지 찾아본다.
탑 옆에 조성된 공원이나, 노점상, 관광객들을 위한 전망대. 어느 쪽이든 사람은 많지만, 그럴 듯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다만, 있다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지금 여기에 와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은 탑 뒤, 석양이 가장 잘 비치는 서쪽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탑을 돌고, 뒤쪽으로 향한다.
여전히 그 곳도 사람이 많았지만, 놓여있는 의자 위에, 앉아있는 사람이 보인다.
이 세계에선 드문 흑발의, 긴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보인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억누르는 흰 손. 지루한 듯 늘어져 있지만, 평상시에는 총기가 넘칠 것 같은 금색의 눈동자. 날카로운 눈썹. 바지런한 코와 앙증맞은 입술. 조그마한 귀. 부러질 것만 같은 색소가 부족한 목덜미와 목에 걸려있는 푸른색 보옥의 목걸이. 막 여행이라도 갈 것 같은 가죽바지에 감색 조끼의 여행자복. 상의와 하의 바깥으로 보이는 팔다리.
방금까지 기억 속에 있던 희미한 얼굴이 금세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 같은 그 모양새에 나는 우뚝 서서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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