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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 2017년 1월 14일

칼리리 2017. 1. 15.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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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에 이르러서 문득 생각해보면, '잔당처리'는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았던 내가 여행으로 도피하기 위한 단순한 명목이었던 것 같다.

 여행은 정말로 좋아한다.

 몇 십 년 만에 다시 찾은 도시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때의 반가움, 혹은 완전히 변해버렸을 때의 아쉬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를 처음 가봤을 때의 새로움. 그 모든 걸 좋아한다.

 질리지도 않고 몇 백 년이나 여행을 하면서, 국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그 모든 것들을 세상을 돌면서 지켜봤다. 

 그래. 정말 놀랍게도, 나는 질리지 않았다.

 같이 여행하던 동료들이 결국 동면에 들어가거나, 가정을 꾸리거나 하면서 사라질 때도 꾸준히 세상을 돌아다녔다.

 그걸 몇 백 년이나. 한결같이. 

 같이 가정을 꾸리자고 권했던 여성도 있었다. 이제 그만하자며, 동면을 권한 친구도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잔당을 처리하겠다며, 거절했다. 여성은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렸고, 친구는 홀로 동면에 들어갔다.

 잔당처리.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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