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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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되는건가?
그냥 가면 되는건가?
어쩌면 좋은거야?
이대로 기다리면 좋은거야?
……아니, 아직 결정은 못했지만.
그런거야?
그런가…….
네 말을 듣고 조금 기다려볼까.
이러니저러니, 할 건 없으니까 말이야.
아아, 그래. 얼마전에 한바탕 일처리가 끝나고선, 지금은 휴식중이야.
가끔은 이럴 때도 있어야지, 안그래?
휴가가 없는 일이라는 건 괴롭지. 심지어 휴일도 없다는 건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중인데, 넌 어때?
……뭐라고, 할 만하다고?
너, 벌써 물들었구나.
그런 식으로 매사 포기하면 안돼. 삶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은 해야지. 이거고 저거고 포기하다보면, 그 사람처럼 되는거라고.
그래, 그 사람이야. 일의 망자, 일에 미친 사람, 블랙 오브 블랙.
평이야 그렇다지만, 난 사실 조금은 괜찮다고 생각해.
왜냐고?
그야, 본인이 일에 미쳐있으니, 다른 사람한테 신경을 안쓰거든. 게다가 아래로 내려보내는 일도 없어. 본인이 다 해버리거든. 상사로 두기엔 최적의 사람이지. 부하직원에게 무관심한 상사가 최고인거야.
뭐어, 그렇지. 우리는 일반 회사는 아니니까. 조금은 융통성이 있어도 좋을텐데 말이지. 윗 사람들은 그런 걸 모른다니까.
그래서, 언제 오는거야?
아니, 별로 지루한 건 아닌데.
가끔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네.
넌 요새 무슨 임무인데?
……그래?
감시 임무는 힘들텐데.
뭐라고? 대상자 친구가 잘해준다고?
너, 운이 좋구나.
이해도 빠르고, 쓸데없이 관여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그런 조력자가 있을리가 없잖아.
있다고? 말도 안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일텐데, 그럼 너한테 엉겨붙겠지. 일단은 미소녀잖아.
안그런다고? 정말 말도 안돼.
어느 놈이야? 나도 확인 좀 해봐야겠다.
……뭐야, 치사하네. 조금은 알려줘도 괜찮잖아.
설마, 너 그 친구라는 사람한테 반한 건 아니겠지?
…….
그런 식으로 반응해버리면, 내가 오히려 당황스럽잖아.
그런데, 진짜야? 정말?
그래그래, 원래 다들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하지.
처음엔 호의부터 시작하는 거잖아.
아~아~ 이럴수가. 설마하니 후배가 임무에서 사랑을 꽃피울 줄이야.
너, 그러고보면 그래서 할 만하다고 한거구나?
아니라고?
뭐 좋아. 그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지, 감시 임무는 정말 힘들거든.
그래, 힘들고, 불확정요소도 많고, 이런 돌발 상황도 많지.
……뭐야, 몰랐어?
비상상황이라 휴식중이던 내가 불려나온 거잖아. 조금은 고맙게 생각하도록 해.
응, 그렇지.
아니, 미안할 건 아니지. 언젠가 나도 너한테 도움을 받아야할지도 몰라.
그러게. 일찍 끝나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이쪽으로 온다는 정보는 맞는거야? 차라리 먼저 체크포인트에 가있는 게 맞는 거 아냐?
이렇게 어물쩡거리다가 그녀석을 놓치면 그냥 끝나는 거잖아.
……응, 글쎄.
그 빨갛고 금색인 녀석들하고 같이다니는 거잖아?
그래, 그 뭔가 어려운 이름을 가진 걔네들.
……본인은 평범하지만, 걔넨 눈에 띄는 외모니까 이렇게 정보가 없는 건 이상한데.
조금 생각해보자.
응? 어디에 전화하는 거야?
설마 그 친구?
벌써 전화번호를 교환할 정도의 사이인거야?
……아, 미안. 계속해.
…….
…….
…….
뭐래?
집이라고? 어떻게 된거야?
응? 집에 초대받았다고?
하아, 정보반 놈들은 뭘 하는 거야 대체.
그래, 맞아. 어쨌든 근처에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니까.
……으응, 어떻게 할까.
좋아.
현장의 판단으로 밀어붙이자.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응. 책임은 내가…… 아니, 너도 져야지.
그래그래. 무전기 싱크는 맞춰놓자.
나도 근처 주택 어딘가에서 상황은 보고 있을테니까.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그 친구라는 녀석 전화번호도 알려줘.
……응, 맞아.
좋아. 가볼까 그럼.
상부에 보고는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얼른 준비해.
무슨 준비냐니? 당연히 네 옷차림 얘기지.
너, 설마 그런 차림으로 그 집에 갈 생각은 아니겠지?
어떻냐니, 물론, 활동하기 편하고 눈에 잘 안띄는 복장이긴 하지만 말이야.
좋아하는…… 아니, 그래 알았어. 호의를 가진 사람이 자신과 제일 친한 친구에게 소개를 시켜주겠다는데, 그런 옷차림은 좀 아니지.
게다가 그녀석 주위엔 매번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애들이 돌아다니잖아.
조금은 화려한 정도가 평범하게 보일거야.
그런 옷은 있어?
역시 없으려나. 그럼, 우선 쇼핑부터네.
응.
일단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