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 2016년 11월 20일

칼리리 2016. 11. 2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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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백의 세계.  공간 자체가 빛나는 신비로운 광경에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검은 빛이 보인다. 

 명멸하는 그것은, 마치 그것이 존재의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사라졌다가, 밝아졌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그저 검은 빛이 빛날 뿐인 쓸쓸한 세계. 무언가로 채워져야 할, 그 공간은 아직 채워질 때를 기다리며 단지 아련한 채로,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진부해. 중2병이야. 의미도 없어. 전혀 멋있지 않아."

 "……심하네. 조금 더 듣기 좋은 말이 있잖아."

 "어떤 말?"

 "좀, 이렇게,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의……."

 "그런 건 없어."


 단호하다. 너무 단호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나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쓴 도입부인데, 이런 평가라니.

 지독하구만.


 "아, 아~ 지친다, 지쳐. 오늘은 그만하자."

 "그 대사는 내가 할 대사다. 가로채지 마."

 

 신리는 정말로 지친 표정으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 보면서,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하고 비평을 해줬으니, 지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다만, 그 비평을 직접적으로 들은 나는 훨씬 지쳐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인터넷에 올린 글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댓글만 봐도 가슴이 쓰라린데, 면전에 대고 내 글에 평가를 하는 바람에 안그래도 약한 내 멘탈에 금이 가고 있다. 

 앞으로 조금이면 부서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