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 2016년 10월 26일
칼리리
2016. 10. 27. 00:30
-
비가 내린다. 나는 화급히 나무 위에 말려놨던 웃옷을 걷고, 천막 아래로 숨어들었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렸다. 물소리를 들으려고 개울 옆에 천막을 친 건 실수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기세로 계속 내린다면 천막을 옮기는 것을 고려해봐야겠다.
주위는 고요했다. 비와 개울 소리 말고는 흔한 야생동물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반나절만 걸으면 대륙 굴지의 대도시가 있다. 이런 곳에서 야영하는 사람은 없겠지.
"저기."
문득 소리가 나서 천막을 들춰보니, 비에 젖은 여자가 서 있었다.
"……."
"……."
여자는 첫 마디 말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내리는 비를 우두커니 서서 맞는 여자를 잠시 지켜보다가, 나는 여자에게 천막을 열어줬다.
여자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천막 안으로 들어와 불을 쬈다.
일체형으로 된 검은색 옷은 이미 다 젖어서 몸의 형태를 다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이불로 쓰려던 모포를 건네줬다.
건네는 모포와 내 얼굴을 번갈아서 쳐다보던 여자는, 조그맣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옷을 벗어 천막 한쪽에 걸어두고, 모포를 두른다.
"아무 것도…… 안 물어봐도 되나요?"
"……."
나는 그냥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은색의 특징적인 문양을 가진 목걸이나 모포 사이로 보이는 문신, 그리고 결정적으로 검은색 머리와 검은색 눈이라는 특이한 조합을 보면 짐작가는 구석은 많았다. 다만, 그들에 대해 현재 들려오는 소문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굳이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