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 2016년 10월 22일

칼리리 2016. 10. 2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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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떠한 일에 휘말리는 것은 딱 질색이다.

 물론, 그런 일을 좋아할만한 사람은 당연히 없다. 단언해도 많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말려들게 하는 일이라는 건, 가령 그 사람이 누군가의 환생이라거나, 삼백년에 한 번씩 부활하는 마왕을 물리칠 용사로 선택됐다거나, 갑자기 집 안에 이름 모를 미소녀가 소환됐다거나 하는, 그런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세상은 생각 외로 부조리하며, 모든 일에 하나하나 이유가 달려있지는 않다.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다.


 아직도 기억하는 4월 1일. 세상이 만우절 장난으로 바쁠 때, 나는 모처럼 아무 일도 없는 시간을 즐기며 자취방 안에서 빈둥거리면서 보내고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개인적인 일로 무척 바빴기 때문에, 오랜만에 아무 일도 안해도 되는 시간을 가진 것이 기뻤다. 

 그렇게 전력으로 아무 일도 안하면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때 처음으로 '현상'이 발생했다.

 주변 시야가 뒤틀리면서, 메스꺼운 느낌이 들었다. 이유도 없이 지진인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10초쯤 지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본 기억이 있는 호숫가에 있었다. 지난 한달 간 몇 번이고 찾아왔던 호수다. 몰라볼 수가 없었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이틀 전이었다.



 "'루프'가 루프를 하는 이야기라니. 조금 웃긴걸."

 "웃지마. 심각한 이야기니까."


 4월 1일부터 시작된 그 현상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현상은 비정기적으로 일어나는데, 어느 때는 반복되는 이틀이 끝나자마자 연속으로 일어나기도 했고, 어느 때는 일주일 동안 잠잠한 적도 있었다.

 반복되는 현상에 지친 나는 상담을 위해 '린치'를 찾았다. 

 린치는 말 그대로의 폭력행위도 아니고, 과격한 이름의 수상한 가게도 아닌, 꽃다운 나이의 여고생이다. 

 원래부터 넷 상에서 알던 지인으로, 일전에 있었던 일로 실제로 보게 된 이후에도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