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 2016년 10월 17일
칼리리
2016. 10. 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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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었다.
마왕과의 싸움으로 인해 방문했던 이세계의 시골마을에서 얻어 온 풍토병이 원인이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건강했던 그녀는, 병이 발병한 걸 깨닫고 2주만에 세상을 떠났다.
죽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삶을 정리할 여유가 있었다는 점과 고통 없이 평온하게 떠났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3년 전.
모든 싸움을 끝내고, 그녀를 선택했던 그 순간.
모든 이의 축복을, 이라고는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우리는 행복했다.
그저 그 순간의 행복이 지속되기를 바랐는데.
마왕을 죽이고, 전쟁을 끝내고, 후대까지 칭송받는 영웅의 힘도, 병 앞에선 무력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살아갈 의욕을 잃은 내게 남은 건 과거의 추억뿐이었고, 추억을 되새길수록 과거의 동료들이 그리워졌다.
3년 전, 그녀를 선택함으로써 뿔뿔이 흩어져버린 과거의 동료들.
3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는데, 이제와서 무슨 체면으로 연락을 할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