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 2016년 10월 5일

칼리리 2016. 10. 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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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걸 즐기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을 못하는 것도, 말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입으로 나오는 말에 얼마만큼의 진실이 섞여 있는지. 내가 말하는 것조차 진실이 아니었기에,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확신과도 같았다.
 얼마만큼의 진실과 마음이 담겨있는지는 몰라도, 입으로 나오는 순간 그 말은 거짓이 된다.
 의도적이지 않은 생각과, 인위적이지 않은 마음을 갈구하며 나는 사람과의 대화를 어느샌가 기피하기 시작했다.
 그 행동 자체에 대한 옳고 그름은 알 수 없지만,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의 해결책, 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의미로는 이런 상황이 나쁘진 않아."
 
 내 말에 그녀는 가만히 웃었다. 지금까지의 생각을 읽은 모양이다.
 
 "일방통행이어도 완벽하게 자신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건, 나쁘지 않아."
 
 내 자신의 말조차 믿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훨씬 긍정적이다.
 
 "지나치게 이상적이네, 너는."
 "그럴지도 몰라."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누워 천장을 쳐다본다. 그녀는 '생각'에 지치면, 가끔씩 저런 행동을 하곤 했다. 
 그녀가 천장을 쳐다볼 때, 옆으로 흘러내리는 그녀의 머리칼을 지켜보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너무 직설적이네. 조금 부끄러워졌어. 들으라고 하는 생각인 거야?"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한 것 뿐이야."
 "그래?"
 "그래."

 그녀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나는 책장에 아무렇게나 꽂힌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
 "……."

 기분 좋은 침묵이 가게 안을 흐른다. 
 그녀와 보내는 시간의 7할은 침묵이 차지하고 있다. 소란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녀가 과연 이러한 침묵을 진심으로 좋아할 지는 조금 의문이 든다.

 "좋아해. 네 생각은 아주 부드러워."
 
 어느 샌가 눈을 떠 있는 그녀가 말했다.

 "시끄럽지 않고 섬세해서 난 좋아해. 마치 화이트 노이즈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