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 2017년 8월 13일

칼리리 2017. 8. 14. 02:55



 


 

 1.


 

 방금, 세계가 울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창을 내다봤다. 

 요 며칠, 정확히는 노랗고 빨간 전학생 둘이 오고 난 뒤부터는 매일 저녁마다 형형색색의 빛이 관측된다거나, 산 중턱이 깎여있다거나 하는 괴상한 사건들이 생기곤 했지만, 이번 것은 조금 경우가 달랐다.

 세계가 진동하는 듯한, 둔중한 울림. 조그마한 모형세계에 다른 누군가가 찾아온 소리였다.

 나는 읽던 책을 덮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밖으로 나섰다.


 쿵, 쿵 하는 산발적인 흔들림은 집 밖을 나서도 계속됐다. 

 방문자는 진입에 조금 고전하는 모양인데, 덕분에 진원지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애초에 조그마한 세계다.

 동네 하나 정도도 안되는 크기의 세계이니, 이만한 소리가 들린다면 헤매는 일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게 당연했다.

 소리의 진원지는 가끔 하굣길에 들려서 음료수나 뽑아먹으며 쉬던 공원이었다.

 중앙에 있는 광장에 균열이라도 간 듯 검은색 방사선이 뻗어있고, 그 앞에 여자애 한 명이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여자애는 상황파악을 할 의도인지 매서운 기세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지의 형체도 멀쩡하고, 무엇보다 마주친 눈에서 확실한 의지를 느낀다. 

 

 "너는?"

 

 여자애가 물었다. 명백한 의심이 담긴 어조와 경계하는 몸짓.

 

 "거주자야, 이 세계의."

 "……알고 있는거야?"

 

 무엇을, 이라고 되물어보는 눈치없는 짓을 하진 않았다. 그녀의 질문은 명확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언제 이곳에 도착했어?"

 "두 달 정도 전에."


 마침 신학기가 시작되는 달이었다. 적당한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던 점도 있고 해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윤과 연을 만났고, 윤 주변의 조금 독특한 여자애들도 많이 만났다.

 지금 문득 떠올려보는 지난 두 달 간은 꽤 즐거웠다.

 조그만 동네에서 윤과 주변 친구들과 복작대며 지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두 달동안 여기에 있었다니, 아직 못찾은 거야? ……아니면, 여기가 끝, 이야?"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면서 물어보는 그녀에게 나는 어떻게 대답할 지 조금 망설였다.

 그녀의 물음에 대한 답 자체는 간단했다.

 세계의 구성핵이 되는 중심은 찾았고, 당연하지만 이 세계가 끝은 아니다. 끝은 커녕, 굉장히 작은 규모의 범위만 구성되어 있는 지극히 작은 세계. 윤과 그 주변 인물들이 사는 이 동네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뒤로는 구성조차 되지 않은 빈 공간이다. 

 그런 사실을 숨김없이 말했을 때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