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 2017년 5월 26일

칼리리 2017. 5. 2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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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리를 만난 건 이 세계에 도착하고 꼭 한달이 지난 무렵이었다. 

 그 무렵의 나는 아무것도 없이 평온하기만 한 일상이 반복되는 이 세계가 마음에 들어, 나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매일 같이 학교에서 윤과 윤 주변의 여자애들이 벌이는 바보짓을 보고, 수업이 끝나면 윤과 어울리거나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빈둥거리는 삶은 비교적 즐거웠다.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일렁이는 백색 공간이 보일만큼 조그마하고, 설정이 부족한 탓에 학교 이외의 장소는 건물이 일관되게 똑같고, 학생들은 윤이 아닌 내가 말을 걸 때마다 좀비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이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 

 세계를 부수고, 높은 세계로 향하는 고통스러운 행위를 반복하지 않고, 여기서 삶을 끝내도 좋다고 생각할만큼.

 그런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신리는 나타났다.

 

 "당신이 이 세계의 기둥입니까?"

 

 세계가 흔들리고, 하위 계층의 세계에서 누군가가 왔다고 감지되자마자 나는 진원지로 향했고, 거기에 우두커니 서있던 여자애는 나를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그런 내 행동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이상하네요. 당신은 세계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는 건가요?"

 "뭐, 대충은."

 "그럼 어째서 위를 향하지 않는거죠?"

 

 신리의 어조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 같아서, 대답할 말이 궁해졌다. 당신은 왜 숨을 쉬지 않죠? 당신은 왜 잠을 자지 않죠?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