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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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은 알겠어."
나는 그녀의 설명에 반사적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은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행간? 밖의 세계? 모른다. 사실은 반은 커녕 전부 이해하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깨닫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되짚어서 생각하고 있는 현상은 이상하다'라는 것을.
인간의 사고는 그렇게 명확하게 이루어져 있을까?
3초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말은 유명한 격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찰나적인 판단으로 행동한다.
어느 방향으로 길을 갈 건지, 커피를 어떻게 마실지, 눈 앞의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할지 '구체적으로' 행동하면서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라는 것은 모호하며,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언어로 이루어지는 것.
하지만 나는 글로 한 번 쓴 뒤, 그걸 다시 읽어내리는 것처럼 명료하게 사고하고 있다. 지금도.
절대로 정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럼 해야할 건 알고 있겠지?'
"물론."
"다행이네. 지금은 행간에서 잠시 이렇게 만날 수 있었지만, 원래는 서로 겹치는 것조차 불가능한 사이. 앞으로 다시 볼 일은 없겠지."
"……."
그녀는 잠시 목을 축이고는,
"나는 위로 갈 거야."
"위?"
"그래. 계속 그래왔어. 자신의 형태조차 잡히지 않았던 시절부터. 계속해서 위로. 이번이 마지막일거라고 믿으면서도 현실을 의심하며 위로. 위로. 안주하지마, 의심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여기가 마지막은 아니라는 거야."
던지듯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떠나갔다.
나는 갑작스럽게 몰려든 피로에 그자리에서 엎어졌다. 보이지 않던 사람이 있길래 쫓아와봤더니, 이런 꼴을 당할줄이야.
액면 그대로 '지금까지 믿고 있었던 세계가 부서져내리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