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4월 24일
1.
"……저런 애가 어떻게 현실에 있을 수가 있냐."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전기라도 통하는 것처럼 온 몸에 저릿한 느낌이 난다.
이상한 느낌에 손을 쥐었다 폈다하는 순간, 그제서야 들려오는 폭발적인 소음에 머리가 아파졌다. 왁자지껄하니 떠드는 소리에, 의자를 끌어대는 소리, 누군가의 고함소리.
돌아보니 교실이었다.
점심시간의 혼잡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놓은 것 같은 참상이 교실에 펼쳐지고 있었다. 누구나가 떠들고, 소란을 피운다. 어느 의미, 평화로운 교실 안이었지만, 교실 뒤편은 그런 평화로움이 무색하게 불온한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뭐야, 저건.'
교실 뒤편의 창가자리에 각양각색의 여학생들이 남학생 하나를 둘러싸고 뭔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언쟁을 하는 여학생은 두 사람이었지만, 그 주변을 둘러싸고 5-6명은 되는 여학생들이 언제라도 참가할 것 같은 느낌으로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며 두 명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제서야 옆에 있던 반 친구가 그 방향을 보면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일이야?"
"보면 모르냐. 여느 때의 쟁탈전이잖아."
"쟁탈전?"
평범한 삶을 구가하는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좀처럼 듣기 어려운 단어였다. 대체 무엇을 누가 쟁탈하는지ㅡ 그런 물음을 떠올리다가 다시금 교실 뒤편을 바라본다.
난처한 듯 유약한 미소를 띄우며 화려한 여학생들을 바라보는 남학생과, 그 남학생을 사이에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는 미소녀 두 명.
비교적 알기 쉬운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한 편,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다.
언쟁을 하는 여학생 둘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길에서 지나가면 열에 아홉은 돌아볼 정도의 미인이었다. 한 쪽은 탈색한 금빛의 양갈래 머리가 자랑인 모델 체구의 아가씨. 다른 한 쪽은 곧게 기른 칠흑의 생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조신한 스타일의 아가씨.
어느 쪽이든 아가씨인 건 변함이 없다만,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그들이 있는 교실 뒤편과 교실의 다른 부분만큼 이질적이다.
"……오늘은 내쪽이라고 말했을텐데요."
"흥, 그런 말은 들은 적 없다고. 먼저 온 사람이 차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그녀들을 확연히 인식하니, 교실의 소음을 뚫고 그녀들의 말도 들려왔다.
내용을 듣자하니, 앉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남학생의 옆자리를 누가 차지하냐에 대해 싸우고 있는 모양이다.
"평생에 한 명이 있을까말까 한 미소녀인데, 저렇게 여러 명이 달려들다니. 어딘가의 만화 주인공이냐, 저녀석은."
가만히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반 친구가 다시 투덜거린다.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면?"
"아서라, 쟤네들 시선을 뚫고 얘기할 수 있는 녀석은 한 명뿐이야. 어이, □□! 해결 좀 해봐."
반 친구가 이름모를 누군가를 부른다. 그러자 교실 앞쪽에서 도시락을 묵묵히 먹던 다른 남학생이 일어선다.
호리호리한 체구에, 안경이 잘 어울리는 그런 남학생이다.
"조금 상황을 보려했다만, 그렇게 말한다면야."
-
"……그걸 안다고? 네가 알아?"
조용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는 역린을 건드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경솔했다. 쉽사리 '안다'라는 말을 할 게 아니었는데.
그녀는 이제까지 태연하게 대꾸하던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목소리에 열기를 담아 조용히 소리쳤다.
"……아무 것도 없는 백색의 공간에, 사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그런 공간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괴로움을 네가 알아? 주변을 둘러봐도 있는 거라곤 형체도 이루어지지 않은 설정과 사념의 나열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