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 2017년 1월 19일

칼리리 2017. 1. 19. 23:59




 -


 "……나세요."


 아득한 곳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맑은 목소리가 침전하는 어둠을 물린다.

 소리에 응해 일어나려고 하지만, 몸이 무겁다. 

 몸이, 무겁다.


 "……어나세요."


 다시 소리가 들린다. 맑고, 고운 목소리.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목소리를 들으니 괜스레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 마치,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현듯 떠올릴 때처럼. 헤어진 연인의 옛 선물을 찾아냈을 때처럼. 죽어버린 친구와 나누던 편지를 발견했을 때처럼.

 나는 재차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여전히 몸은 무겁다. 온 몸에 사슬이라도 감은 것처럼 몸은 꿈쩍도 하질 않는다.

 얼마만큼 잠에 빠져 있었는지.


 "일어나세요."


 소리가 커졌다. 맑고 고운, 그리고 그리운 목소리였다.

 지금은 없어진, 추억의 목소리. 있을 리가 없는 목소리라고 인식한 순간, 온 몸을 감고있던 사슬과도 같은 무언가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동시에 눈을 뜬다. 

 눈 앞에, 정말로 그리운 얼굴이 있었다. 무심코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숙인다. 숙이고, 나는 알아차렸다.

 방금까지 나를 깨우려고 했는지 침대 위에 올라와 있는 하얀 손. 매끈하게 뻗은 아름다운 그 손에는 아무런 문양이 없다.

 정말로 그녀였다면, 화려한 먹색의 문양이 있었을 것이다. 

 재차 고개를 든다.


 "아."

 긴 흑색의 머리카락. 치솟은 눈꼬리. 자그마한 입. 단정한 얼굴은 내 추억을 자극하는 그 얼굴이었다.

 다만, 눈동자가 금색이었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흑색이었어야 할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누구냐."


 급격하게 마음이 식어가는 걸 느끼면서, 주변 상황을 확인한다.

 익숙한 가구들은 교도에 있는 내 거점이 확실하다. 창 밖을 보니 교도에서는 드문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잠에 들 때가 확실히 여름의 초입이었으니 적어도 반년. 아니면 연단위로 잠을 자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응, 예전에 듣기로는 할머니랑 저랑 얼굴이 똑같다고 그랬었는데. 보고 모르시나요?"

 "할머니?"

 "아, 할머니라고 하면 듣기 싫어하는데다가 아직도 30대의 얼굴이긴 하지만요. 덕분에 친할머니인데도 신리 씨라고 부르는……"신리.""

 

 신리라니. 닮은 얼굴에서 직감하긴 했지만.

 

 "신리가…… 할머니?"'